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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각자의 사정에 따라 모두 다른 것들을 떠올리겠지만, 분명 “김정은”, “핵”, “인권” 등을 자연스럽게 연상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 예술”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필자는 “북한 예술”을 “북한 당국이 생산‧보급하는 예술”과 “북한 주민이 일상에서 향유하며 파생하는 예술” 두 가지로 분리해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대외적으로 “북한 예술”이라는 표현은 전자를 논하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에게 북한 주민의 일상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므로 우리의 인식 역시 북한 ‘당국’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저도 “북한 예술”을 “북한 당국이 생산‧보급하는 예술”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북한 당국은 예술을 자신들이 전파하려는 메시지를 최일선에서 전달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예술을 보면 북한 당국이 어떠한 정책을 수립하고, 주민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대외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래로부터 언제나 예술을 정권의 “나팔수”로 표현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말이나 조선노동당의 정책을 홍보했습니다. 노래 가사, 포스터 문구, 집단체조의 카드섹션 문구 등은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담아내는 수단이고, 몸짓만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없는 무용 같은 예술은 무용음악이나 무대화면 등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여 어떻게든 당국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북한 당국이 선전선동을 위해 예술을 활용하는 것은 이처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또 북한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북한 예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의 시대상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술은 북한 정치에 깊이, 시의성 있게 개입하고 있답니다. 자, 그렇다면 하나의 예시를 들어볼까요?
2023년 1월 2일, 북한의 관영매체는 일제히 김정은이 “2023년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매년 1월 1일 “새해를 축하”하는 공연을 여는데, 이번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약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양 5.1경기장에 사람들을 가득 동원하고, 여느 대중 콘서트처럼 관중이 야광봉과 야광 팔찌 등을 흔들도록 연출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대공연”이라는 명칭답게 성화 봉송, 불꽃놀이도 장관이었습니다. 더욱이 무대 전면에 아이스링크를 설치하여 공연 중 시종일관 아이스댄스를 가미하는 연출도 새로웠습니다. 가히 2023년을 맞이하는 공연에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을 크게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요?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북한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몇 가지의 포인트를 발견했을 뿐이지요.
2022년 북한 관영매체는 “엄혹”, “간고”, “시련”과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서 국가 운영이 퍽 어려운 상황임을 솔직하게 드러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신년경축대공연을 열면서 대형 스크린에 2022년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의 업적을 세세히 나열하면서 “인민을 위해 분투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지요, 엄청나게 화려한 공연 연출을 감행한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겁니다. “사상초유의 시련에 찬” 2022년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지요. 하나 더, 2023년은 북한이 주장하는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돐, 「공화국창건」 75돐이 되는 해입니다. 북한은 1953년 7월 27일, 즉 우리에게는 6.25전쟁 정전협정일을 ‘조국해방전쟁승리’일로 표현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자신들이 전쟁에서 승리한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공화국창건’이란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을 수립한 날을 뜻하지요. 그렇기에 북한 당국에 2023년은 여느 때보다 더 중요한 해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제 왜 그렇게 2023년을 여는 공연을 크게 열었는지 이해가 가시나요?
신년경축대공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공연은 음악, 무용, 설화시 낭송, 아이스 댄스 등 각종 예술을 혼합한 종합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결국 노래로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전달하였지요. 약 30가지에 달하는 노래 중에서 절반 이상이 조선노동당에 관한 노래였습니다. 공연 중간 즈음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와 사회주의의 이상향을 제시하는 노래를 녹여냈지만, 결국 공연의 핵심은 ‘당’ 칭송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이 있었습니다. 공연의 시작은 북한의 ‘애국가’로, 마지막 곡은 김정은 시기에 새로 발표한 ‘우리의 국기’로 마무리하였다는 점입니다. 수령에서 시작해서 수령으로 끝나는 김일성‧김정일 시기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입니다. “우리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를 표방하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사회주의‧공산주의 이상향과 선대 유훈에 따른 “수령”과 “당”의 권위를 버리지 못할지라도 김정은은 분명 대외적으로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식시키고자 한다는 점이 공연에서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신년경축대공연을 개막하면서 북한의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김정은은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새해를 맞을 때마다 부르는 ‘설눈아 내려라’의 화려한 무대가 진행되는 시종일관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의 공연 녹화방송에서는 ‘설눈아 내려라’가 끝날 때쯤 김정은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어떤 의도일까요? 김정은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예술을 통해 북한 당국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작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들어서 북한 연구자로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의 ‘감정선’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에 비견할 때 김정은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비중이 잦습니다. 특히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그런 모습이 많이 드러납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어떤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김정은의 감정 역시 모든 것을 철저히 기획하고 연출하는 북한 당국의 “예술정치” 일환일까요?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예술의 ‘메시지’보다 김정은의 ‘감정’이 더욱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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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각자의 사정에 따라 모두 다른 것들을 떠올리겠지만, 분명 “김정은”, “핵”, “인권” 등을 자연스럽게 연상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 예술”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필자는 “북한 예술”을 “북한 당국이 생산‧보급하는 예술”과 “북한 주민이 일상에서 향유하며 파생하는 예술” 두 가지로 분리해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대외적으로 “북한 예술”이라는 표현은 전자를 논하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에게 북한 주민의 일상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므로 우리의 인식 역시 북한 ‘당국’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저도 “북한 예술”을 “북한 당국이 생산‧보급하는 예술”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북한 당국은 예술을 자신들이 전파하려는 메시지를 최일선에서 전달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예술을 보면 북한 당국이 어떠한 정책을 수립하고, 주민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대외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래로부터 언제나 예술을 정권의 “나팔수”로 표현하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말이나 조선노동당의 정책을 홍보했습니다. 노래 가사, 포스터 문구, 집단체조의 카드섹션 문구 등은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담아내는 수단이고, 몸짓만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없는 무용 같은 예술은 무용음악이나 무대화면 등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여 어떻게든 당국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북한 당국이 선전선동을 위해 예술을 활용하는 것은 이처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또 북한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북한 예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의 시대상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술은 북한 정치에 깊이, 시의성 있게 개입하고 있답니다. 자, 그렇다면 하나의 예시를 들어볼까요?
2023년 1월 2일, 북한의 관영매체는 일제히 김정은이 “2023년 신년경축대공연”을 관람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매년 1월 1일 “새해를 축하”하는 공연을 여는데, 이번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약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양 5.1경기장에 사람들을 가득 동원하고, 여느 대중 콘서트처럼 관중이 야광봉과 야광 팔찌 등을 흔들도록 연출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대공연”이라는 명칭답게 성화 봉송, 불꽃놀이도 장관이었습니다. 더욱이 무대 전면에 아이스링크를 설치하여 공연 중 시종일관 아이스댄스를 가미하는 연출도 새로웠습니다. 가히 2023년을 맞이하는 공연에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을 크게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요?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북한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몇 가지의 포인트를 발견했을 뿐이지요.
2022년 북한 관영매체는 “엄혹”, “간고”, “시련”과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서 국가 운영이 퍽 어려운 상황임을 솔직하게 드러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신년경축대공연을 열면서 대형 스크린에 2022년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의 업적을 세세히 나열하면서 “인민을 위해 분투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지요, 엄청나게 화려한 공연 연출을 감행한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겁니다. “사상초유의 시련에 찬” 2022년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지요. 하나 더, 2023년은 북한이 주장하는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돐, 「공화국창건」 75돐이 되는 해입니다. 북한은 1953년 7월 27일, 즉 우리에게는 6.25전쟁 정전협정일을 ‘조국해방전쟁승리’일로 표현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자신들이 전쟁에서 승리한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공화국창건’이란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을 수립한 날을 뜻하지요. 그렇기에 북한 당국에 2023년은 여느 때보다 더 중요한 해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제 왜 그렇게 2023년을 여는 공연을 크게 열었는지 이해가 가시나요?
신년경축대공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공연은 음악, 무용, 설화시 낭송, 아이스 댄스 등 각종 예술을 혼합한 종합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결국 노래로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전달하였지요. 약 30가지에 달하는 노래 중에서 절반 이상이 조선노동당에 관한 노래였습니다. 공연 중간 즈음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와 사회주의의 이상향을 제시하는 노래를 녹여냈지만, 결국 공연의 핵심은 ‘당’ 칭송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이 있었습니다. 공연의 시작은 북한의 ‘애국가’로, 마지막 곡은 김정은 시기에 새로 발표한 ‘우리의 국기’로 마무리하였다는 점입니다. 수령에서 시작해서 수령으로 끝나는 김일성‧김정일 시기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입니다. “우리국가제일주의”를 강조하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를 표방하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사회주의‧공산주의 이상향과 선대 유훈에 따른 “수령”과 “당”의 권위를 버리지 못할지라도 김정은은 분명 대외적으로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식시키고자 한다는 점이 공연에서도 드러나는 것입니다.
신년경축대공연을 개막하면서 북한의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김정은은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새해를 맞을 때마다 부르는 ‘설눈아 내려라’의 화려한 무대가 진행되는 시종일관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의 공연 녹화방송에서는 ‘설눈아 내려라’가 끝날 때쯤 김정은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어떤 의도일까요? 김정은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예술을 통해 북한 당국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작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들어서 북한 연구자로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김정은의 ‘감정선’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에 비견할 때 김정은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비중이 잦습니다. 특히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그런 모습이 많이 드러납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어떤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김정은의 감정 역시 모든 것을 철저히 기획하고 연출하는 북한 당국의 “예술정치” 일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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