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치경제적 접근: 이익집단과 대중들의 정책 선호를 중심으로

안녕하세요, (사)경제사회연구원입니다. 

2023년 2월 2일, 경사연 외교안보센터(센터장: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서 양준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모시고 "환경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치경제적 접근: 이익집단과 대중들의 정책 선호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환경/에너지 정책 중 분배 정치와 이익집단의 영향력에 대한 사례연구로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2023년 현재 환경 및 무역정책에 있어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탄소 무역 장벽의 확산 및 강화이다. 지난 2022년 12월 13일, 오랜 논의 끝에 유럽연합(EU) 가입국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CBAM) 도입 합의하였다. CBAM은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력·수소 등의 6개 분야에 있어,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따라 EU ETS(Emissions Trading System)에 기반한 탄소 관세(Carbon Tariff)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라는 EU측의 주장과 달리, 해당 분야의 수출 비중이 높은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과 여러 개발도상국들이 ‘차별적’인 조치라며 를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EU는 끝까지 CBAM을 관철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가입국내 대중 여론은 물론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도 CBAM 정책에 대한 높은 수준의 합의가 있었으며, 관련 산업의 지지 역시 높다는 점에서 EU가 CBAM 정책을 쉽게 취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CBAM과 같은 환경의 논리를 내세우는 무역 정책이 다른 나라들로 빨르게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환경관련 규제 정책이 다른 나라들로 전이되는 양상을 두고 학계에서는 크게 “Race to the Bottom” 과 ”Race to the Top” 이론이 경쟁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먼저 “Race to the Bottom”은 경제세계화로 인하여 여러나라들이 점점 낮은 수준의 규제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 (Rodrik 1997). 반면에 이른바 “Race to the Top” 이론은 한 지역에서의 환경 규제 강화가 일어났을 때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수준의 규제 강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Vogel 1997, Saikawa 2013).

 

CBAM의 경우, 적어도 현재까지의 양상에 따르면, ”Race to the Top”에서 전망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CBAM이 가지는 친환경적 가치는 대중 및 특정 이익집단의 결속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매력적인 시장인 EU와의 무역 단절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CBAM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혁신을 도모할 수 없고, 결국 이들이 CBAM과 같은 정책의 지지자로 장차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환경 무역 장벽이 등장할 수 있는 상황적 요인이 많다. 무엇보다도 청정 기술 개발에 있어 선두적인 역할을 해온 유럽, 미국등의 선진국 기업 및 산업들 간 연계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여러 국내 또는 국제 환경단체들 역시 긴밀하게 협력하여 탄소 무역 장벽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987년 몬트리올 협약, 교토의정서 및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U Emission Trading Scheme) 등 주요 환경 협약 사례 들에서 보여지듯, 청정 기술 또는 환경 문제 대응에 있어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 또는 산업 및 환경단체들 간 국제적 연계가 환경 정책 및 국가간 협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Meckling 2011, Meckling et al. 2015).

 

실제로, 영국, 캐나다는 이미 EU의 CBAM과 유사한 정책 수립의 초읽기 단계이며, 호주,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비슷한 계획을 적극 검토 중이다. 미국의 경우,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통과 이후 EU와 경제 및 무역 분야 협력에 있어 긴장 상태가 유지되어 왔지만, 이번 EU의 CBAM 정책으로 미국의 특정 산업이 손해를 본다면 미국과 유럽간의 갈등이 더 급해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미국 내에서 친환경 정책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CBAM 정책에 대한 높은 수준의 비난 및 경쟁적 정책 대응을 할지도 우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의 반응 및 정치경제적 요소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CBAM정책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백악관과 민주당은 CBAM 도입에 있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며, 공화당의 경우도 주요 지지세력 중 하나인 중공업 및 철강 산업이 청정 기술 부분에 있어 비교 우위를 가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철강 및 알루미늄 등의 산업에서 탄소 절감 기술이 부족한 중국과의 무역 경쟁 구도에서 CBAM이 중국과의 무역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외교 정책에 있어 중요한 목표로 여기는 공화당에서도 지지를 받을 여지가 있다. 이렇게 많은 선진국들이 CBAM을 도입 또는 적극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앞으로 무역 협정 또는 무역 질서 수립에 있어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잡게 될 여지가 크다.

 

한국의 경우,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수출품이 탄소 관세 대상이 됨에 따라 무역 수지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임. 이에 정부 및 산업계에서 CBAM 대응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아직 정부 차원에서 CBAM과 같은 무역 정책 수립을 본격적으로 의논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 역시 선진국들과의 무역 관계 발전에 있어 CBAM 도입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기업들은 물론 정부는 철강, 자동차 산업 등 핵심산업에서 청정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비교우위를 갖을 수 있도록 나아가는 것밖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참고문헌>

Meckling, Jonas, Nina Kelsey, Eric Biber, and John Zysman. 2015. Winning coalitions for climate policy. Science, 349 (6253).

Meckling, Jonas, 2011. The globalization of carbon trading: transnational business coalitions in climate politics. Global Environmental Politics 11.2: 26-50.

Rodrik, Dani. 1997. Sense and nonsense in the globalization debate. Foreign Policy (1997): 19-37.

Saikawa, Eri, 2013. Policy diffusion of emission standards is there a race to the top?. World Politics, 65(1), pp.1-33.

Vogel, David, 1997. Trading up and governing across: transnational governance and environmental protection. Journal of European public policy, 4(4), pp.556-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