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tem has been added to your cart.
Should I order it along with the items in my shopping cart?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 2019년 2월 말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영변 +α를 요구하는 미국 측 제안을 북한이 받지 못하면서 결렬되었다. 북한이 입은 내상은 심각했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손상되었다. 실무협상을 맡았던 김영철은 밀려나고 통전부는 북미협상 라인에서 제외됐다. 북한은 미국에게 지난해 연말까지 새 셈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도를 넘는 비난을 시작했다. 2020년은 미국 대선의 해이다. 길게 보아도 금년 중반까지가 비핵화의 골든타임이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다가 아무런 대비 없이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앞선다.
2019년 북한과 중국의 밀착
4월 하순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하여 푸틴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2011년 이후 8년만이다. 김정은은 2002년 아버지 김정일이 방문했던 식당을 찾아 김정일이 먹은 음식을 그대로 먹는 연출을 통해 결기를 다진다. 트럼프도 물러서지 않았다. 북러회담 다음날 트럼프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을 돕고 있는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반어법을 동원해 북한을 싸고도는 중국과 러시아를 질타한다. 마침내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꺼냈다. 5월 4일 원산근처 호도반도에서 동북쪽으로 사거리 200km 내외의 단거리미사일 수발을 발사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는 2017년 11월 ICBM 급 ‘화성-15형’ 발사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며칠 후에는 신의주 동남쪽 구성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만약 북한군이 휴전선 너머에서 이 미사일을 쏠 경우 남한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매우 심각한 위협이었다. 2019년 6월 20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국빈 방문했다.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만의 북한방문이다. 겉으로는 북중수교 70주년을 내세웠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시주석 방문 이후 중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수십만 톤의 식량 지원을 약속한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대규모 인도적 지원이 발표된 이후 북한은 우리정부가 WFP를 통해 지원하려던 쌀 5만 톤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힌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에 힘입은 북한은 6월 27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난관에 봉착한 북미관계는 트위터를 통한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로서의 위상과 역할은 반감되었다. 북한은 7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개정을 통해 김정은의 직책인 국무위원장을 ‘국가를 영도하는 최고지도자’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제 김정은은 사실상의 최고지도자에서 헌법상의 최고지도자 위치에 올랐다. 그의 리더십은 더욱 굳건해졌다.
판문점 회동에도 불구하고 실무협상은 난항이었다. 8월 말 최선희와 폼페이오는 서로 말폭탄을 주고 받았다. 같은 시기 미 재무성은 정제유 제품에 대한 북한과의 불법 해상환적에 연루된 대만과 홍콩 해운사 3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기존의 대북제재의 고삐를 풀 생각이 없음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북한은 9월초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신경을 건드렸다. 마침내 강경파 볼튼이 경질되면서 10월초 스톡홀름에서 북미간 실무회담이 성사되었다. 그러나 양측은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은 북미협상의 좌절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문재인 정부는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서 슬며시 빠졌으며,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선원 2명을 북이 송환을 요구하기도 전에 살인혐의를 핑계로 보냈다. 마침내 북한은 연평도 도발 9주기인 11월 23일 NLL에서 불과 18km 떨어진 창린도에서 해안포를 발사했다. 이는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당시 김정은은 창린도 부대를 방문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도를 넘는 조롱과 만행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발 빠른 외교'에서 '잘 짜인 외교'로
비핵화의 갈림길에서 문재인 정부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미국은 비핵화보다 남북관계 진전을 우선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미덥지 않다. 북미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중재자는 설 땅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론은 처음부터 한계를 가지고 출발했다. 동맹국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외교적 자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남북관계가 다양하게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을 움직일 강한 압박수단도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핵과 ICBM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미국을 상대로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는 것이다. 대담하고 승부욕이 강한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철회하고 다시금 병진노선으로 돌아가는 상황도 예견된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미진한 비핵화를 빌미로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미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우리가 치를 정치적, 외교적 부담은 실로 막대하다. 마침내 중재자로서의 문재인 정부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가용한 인력과 정책 수단을 총 동원하여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고, 필요하다면 EU, 중국, 일본 등 이해 당사국들과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발 빠른 외교’에서 ‘잘 짜인 외교’로 전환이 절실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문제를 청와대 안보실을 중심으로 탑다운 방식으로 대처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적극 활용하고, 특사교환을 통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만들어냈다. ‘발 빠른 외교’가 만들어낸 성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처 간의 불협화음이 도처에서 터져 나오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배제되었다. 외교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양분되었다. 말로만 초당적 외교가 아닌 인적쇄신을 포함한 안보 거버넌스 체계의 정비를 통해 폭넓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재가동은 북한이 이미 새로운 길을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 정부는 단호한 선택을 해야 한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 2019년 2월 말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영변 +α를 요구하는 미국 측 제안을 북한이 받지 못하면서 결렬되었다. 북한이 입은 내상은 심각했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손상되었다. 실무협상을 맡았던 김영철은 밀려나고 통전부는 북미협상 라인에서 제외됐다. 북한은 미국에게 지난해 연말까지 새 셈법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도를 넘는 비난을 시작했다. 2020년은 미국 대선의 해이다. 길게 보아도 금년 중반까지가 비핵화의 골든타임이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대다가 아무런 대비 없이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앞선다.
2019년 북한과 중국의 밀착
4월 하순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하여 푸틴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2011년 이후 8년만이다. 김정은은 2002년 아버지 김정일이 방문했던 식당을 찾아 김정일이 먹은 음식을 그대로 먹는 연출을 통해 결기를 다진다. 트럼프도 물러서지 않았다. 북러회담 다음날 트럼프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을 돕고 있는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반어법을 동원해 북한을 싸고도는 중국과 러시아를 질타한다. 마침내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꺼냈다. 5월 4일 원산근처 호도반도에서 동북쪽으로 사거리 200km 내외의 단거리미사일 수발을 발사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는 2017년 11월 ICBM 급 ‘화성-15형’ 발사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며칠 후에는 신의주 동남쪽 구성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만약 북한군이 휴전선 너머에서 이 미사일을 쏠 경우 남한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매우 심각한 위협이었다. 2019년 6월 20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국빈 방문했다.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만의 북한방문이다. 겉으로는 북중수교 70주년을 내세웠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시주석 방문 이후 중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수십만 톤의 식량 지원을 약속한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대규모 인도적 지원이 발표된 이후 북한은 우리정부가 WFP를 통해 지원하려던 쌀 5만 톤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힌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에 힘입은 북한은 6월 27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난관에 봉착한 북미관계는 트위터를 통한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로서의 위상과 역할은 반감되었다. 북한은 7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개정을 통해 김정은의 직책인 국무위원장을 ‘국가를 영도하는 최고지도자’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제 김정은은 사실상의 최고지도자에서 헌법상의 최고지도자 위치에 올랐다. 그의 리더십은 더욱 굳건해졌다.
판문점 회동에도 불구하고 실무협상은 난항이었다. 8월 말 최선희와 폼페이오는 서로 말폭탄을 주고 받았다. 같은 시기 미 재무성은 정제유 제품에 대한 북한과의 불법 해상환적에 연루된 대만과 홍콩 해운사 3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기존의 대북제재의 고삐를 풀 생각이 없음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북한은 9월초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신경을 건드렸다. 마침내 강경파 볼튼이 경질되면서 10월초 스톡홀름에서 북미간 실무회담이 성사되었다. 그러나 양측은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은 북미협상의 좌절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사이 문재인 정부는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서 슬며시 빠졌으며,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선원 2명을 북이 송환을 요구하기도 전에 살인혐의를 핑계로 보냈다. 마침내 북한은 연평도 도발 9주기인 11월 23일 NLL에서 불과 18km 떨어진 창린도에서 해안포를 발사했다. 이는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당시 김정은은 창린도 부대를 방문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도를 넘는 조롱과 만행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발 빠른 외교'에서 '잘 짜인 외교'로
비핵화의 갈림길에서 문재인 정부가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미국은 비핵화보다 남북관계 진전을 우선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미덥지 않다. 북미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중재자는 설 땅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론은 처음부터 한계를 가지고 출발했다. 동맹국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외교적 자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남북관계가 다양하게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을 움직일 강한 압박수단도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핵과 ICBM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미국을 상대로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는 것이다. 대담하고 승부욕이 강한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철회하고 다시금 병진노선으로 돌아가는 상황도 예견된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미진한 비핵화를 빌미로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미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우리가 치를 정치적, 외교적 부담은 실로 막대하다. 마침내 중재자로서의 문재인 정부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가용한 인력과 정책 수단을 총 동원하여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고, 필요하다면 EU, 중국, 일본 등 이해 당사국들과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발 빠른 외교’에서 ‘잘 짜인 외교’로 전환이 절실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문제를 청와대 안보실을 중심으로 탑다운 방식으로 대처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적극 활용하고, 특사교환을 통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만들어냈다. ‘발 빠른 외교’가 만들어낸 성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처 간의 불협화음이 도처에서 터져 나오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배제되었다. 외교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양분되었다. 말로만 초당적 외교가 아닌 인적쇄신을 포함한 안보 거버넌스 체계의 정비를 통해 폭넓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재가동은 북한이 이미 새로운 길을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진실의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 정부는 단호한 선택을 해야 한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