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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으로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할 새 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관해 논한다.
대한민국의 나아갈 미래를 위해 지난 대선 기간동안 나타난 우리 사회의 성별과 세대, 지역, 계층 간의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 분열과 갈등은 최소화하고 조정과 합의를 극대화하는 국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실패를 반복했던 역대 정부들의 흑역사에서 벗어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대선을 치르면서 다짐하고 약속했던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성공은 보장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일임은 우리의 오랜 정치사가 말해준다. 출발하면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 정부도 없었지만, 실제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임기를 마친 정부도 없었다.
온갖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정권을 잡게 되었지만, 윤 당선인이 가야할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48.56% 득표율은 야당들이 국회 의석 1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 환경에서 매우 취약할 밖에 없는 권력구조를 의미한다. 이 한계를 넘어서야 정상적인 국정운영도 가능할텐데, 결국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는 길 말고는 다른 대안이 있기 어렵다. 그래서 이미 윤 당선인도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여러 화두들을 제시했을 게다.
우선 윤석열 하면 떠오르는 말은 '공정과 상식'이다. ‘국민통합’이라는 말도 반복해서 다짐했다. 그 모두가 말하기는 쉽지만, 이루어내기는 어려운 일들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화두는 윤 당선인이 정치를 시작하고 대선을 치르는 기간 내내 말했던 메시지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살아있는 권력들에 대한 수사를 주저하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 부부에 대한 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 등이 대표적인 사건들이었다. 그로 인해 윤 당선인은 정권으로부터 미움과 박해를 받았지만, 결코 굽히지 않는 기개를 보여줬다. 오히려 그를 검찰총장 자리에서 내쫓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권력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아 결국 정권을 내놓게 되었다. 그것이 윤석열 하면 공정과 상식에 대한 기대를 떠올리던 국민이 많아진 배경이다.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은 현실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했던 지난 5년의 상황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이제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구현하는 국정운영은 윤석열 정부의 몫이자 책임이 되었다. 하지만 일단 권력의 자리에 오르고 나면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는 일이 쉽지 않다. 우리는 공정한가, 우리는 상식에 맞추고 있는가.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끊임없이 돌아보며 성찰해야 할 일이다. 혹여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 우리 편에게만 치우쳐 어느 한쪽으로만 기우는 정부가 될 때 공정도 상식도 무너지게 되어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다. 그것을 비판하며 집권하게 된 윤석열 정부 또한 내로남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각별한 자기 경계가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또한 국민통합의 과제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대선 때는 후보 직속 기구로 국민통합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했고, 선거 막바지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고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는 선언도 했다. 당선 이후에는 인수위원회 산하에 국민통합위원회를 만들어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국민통합이라는 화두는 중요하게 언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하지만 국민통합 실현이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말로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오랜 정치사 속에서 경험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국민통합을 그렇게도 다짐했지만, 정작 진영 정치에 갇힌 편가르기와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국정운영을 하다가 결국 정권을 넘겨주게 된 상황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이념의 시대는 갔다. 특히 여소야대 환경에서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는 보수 정부의 정체성을 넘어서는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과 합리적 진보층까지도 지지할 수 있는 정부가 되어야 여소야대의 환경 속에서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힘이 생겨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정치적 상상력과 기획이 요구된다. 특히 집권 초반기에 뺄셈의 국정이 아닌 덧셈의 국정을 운영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여소야대의 열악한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오직 국민의 높은 지지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국민여론이 찬반으로 갈리는 사안들은 속도조절을 하면서 국민적 동의를 얻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아무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라 해도, 국민과의 소통을 건너뛰면 불통과 독단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여성가족부 폐지 같이 찬반 여론이 선명하게 갈리는 사안들이 우선적인 국정과제처럼 비쳐진 것은 현명한 방향이었다고 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분열과 갈등은 최소화하고 조정과 합의를 극대화하는 국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갈등은 언제나 존재하고 분출된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성별과 세대, 지역, 계층 간의 갈등은 다시 한번 드러났다.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런 갈등 사안 속에서 대통령은 어느 한 편이 되어 갈등을 심화시키는 당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갈등의 한복판에서 분열을 치유하고 합의를 모색해가는 조정의 정치를 해나가는 최고 책임자다. 조국 사태 이래로 우리 사회가 극도의 분열에 갇히게 되었는데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만 둘러싸여 그 상황을 방치했던 문재인 정부의 우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윤 당선인에게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의 과제처럼 된 감이 있지만, 정치개혁의 과제는 변함없는 국민적 요구이다.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선택했지만, 우리 정치가 다시 극한적인 대결의 늪에 빠져 국력이 소진될 것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더 이상 과거의 대결일변도 정치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의 강경파 그룹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도 없이 곧바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결과 투쟁의 사고에 갇힌 정치세력을 뒤로 물러서게 하고, 합리적 공존의 사고를 가진 정치세력이 우리 정치를 이끌도록 하는 일도 윤석열 정부 시대의 과제이다.
윤 당선인은 정치를 시작한지 불과 7개월만에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 그래서 본인이 대선 기간 내내 "정치적 부채가 없다"며 기존의 정치와는 다른 정치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치적 부채가 없다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어떻게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아직 취약한 상태이다. 윤 당선인이 정치를 시작하고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의존해왔던 것은 언제나 자신이 익숙한 기존 정치인들이었기에, 특별히 정치개혁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갈 의지와 비전을 보여준 적은 없다.
물론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통해, 앞으로 청와대를 ‘정예화한 참모'와 분야별 '민·관 합동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민간 영역의 집단지성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국정운영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협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선거제도의 개혁, 협치나 연정을 위한 담대한 정치적 기획,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개헌까지도 필요할 수 있다.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정치개혁을 위한 필요 조건이 될 수는 있겠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다. 단지 보수 정당의 대통령으로 갇히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도, 낡은 정치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선도해 가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안전한 길을 찾느라 기존의 정치질서에 얹혀가는 모양새였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할 자신의 정치적 소명을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있었던 불법 비리에 대한 수사는 정권교체 이후에 대단히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미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전 정부 시절의 ‘적폐 수사’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은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는 얘기이니 당연한 원론적 얘기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덮여져 왔기에 정권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재조명될 의혹 사안들이 무척 많은 상황이다.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은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로 인해 원점에서 재수사 해야 할 상황이고,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울산 시장 선거개입 의혹 같이 살아있는 권력들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개혁’을 내걸고 있었던 각종 초법적인 조치들의 위법성 문제도 다시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다. 이전 정부 시절에 덮여졌던 불법과 비리 의혹들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며, 정권교체를 선택한 국민들의 요구에도 부합되는 일이다. 새 정부가 거기에만 매달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덮고 가는 것은 정의에 부합되는 길은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은폐되었던 의혹들이 있다면 국민들은 마땅히 그 진상을 알아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은 매우 신중하고 지혜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야당은 반발할 것이고 협치 환경 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법의 집행이 대단히 절제된 가운데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치보복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동의 수준이 될 것이다. 정권 차원의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오직 시스템에 의해 법적 정의를 구현하는 방식만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 적폐 수사가 무한정 진행되면서 국민의 피로증을 유발했음을 생각한다면, 선택과 집중 속에서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과거에만 매달리다가 앞길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앞길에는 어려운 과제는 많고 환경은 열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환경에서 이런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국민에게 묻고 국민의 소리를 들으며, 국민의 신뢰 속에서 성공하는 정부의 길을 가기 바란다. 그것이 미래로 가는 바른 길이다.
이 글은 앞으로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할 새 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관해 논한다.
대한민국의 나아갈 미래를 위해 지난 대선 기간동안 나타난 우리 사회의 성별과 세대, 지역, 계층 간의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 분열과 갈등은 최소화하고 조정과 합의를 극대화하는 국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실패를 반복했던 역대 정부들의 흑역사에서 벗어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대선을 치르면서 다짐하고 약속했던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성공은 보장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일임은 우리의 오랜 정치사가 말해준다. 출발하면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 정부도 없었지만, 실제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임기를 마친 정부도 없었다.
온갖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정권을 잡게 되었지만, 윤 당선인이 가야할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48.56% 득표율은 야당들이 국회 의석 1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 환경에서 매우 취약할 밖에 없는 권력구조를 의미한다. 이 한계를 넘어서야 정상적인 국정운영도 가능할텐데, 결국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는 길 말고는 다른 대안이 있기 어렵다. 그래서 이미 윤 당선인도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여러 화두들을 제시했을 게다.
우선 윤석열 하면 떠오르는 말은 '공정과 상식'이다. ‘국민통합’이라는 말도 반복해서 다짐했다. 그 모두가 말하기는 쉽지만, 이루어내기는 어려운 일들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화두는 윤 당선인이 정치를 시작하고 대선을 치르는 기간 내내 말했던 메시지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살아있는 권력들에 대한 수사를 주저하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 부부에 대한 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 등이 대표적인 사건들이었다. 그로 인해 윤 당선인은 정권으로부터 미움과 박해를 받았지만, 결코 굽히지 않는 기개를 보여줬다. 오히려 그를 검찰총장 자리에서 내쫓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권력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아 결국 정권을 내놓게 되었다. 그것이 윤석열 하면 공정과 상식에 대한 기대를 떠올리던 국민이 많아진 배경이다.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은 현실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했던 지난 5년의 상황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이제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구현하는 국정운영은 윤석열 정부의 몫이자 책임이 되었다. 하지만 일단 권력의 자리에 오르고 나면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는 일이 쉽지 않다. 우리는 공정한가, 우리는 상식에 맞추고 있는가.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끊임없이 돌아보며 성찰해야 할 일이다. 혹여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 우리 편에게만 치우쳐 어느 한쪽으로만 기우는 정부가 될 때 공정도 상식도 무너지게 되어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다. 그것을 비판하며 집권하게 된 윤석열 정부 또한 내로남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각별한 자기 경계가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또한 국민통합의 과제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대선 때는 후보 직속 기구로 국민통합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했고, 선거 막바지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고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는 선언도 했다. 당선 이후에는 인수위원회 산하에 국민통합위원회를 만들어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국민통합이라는 화두는 중요하게 언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하지만 국민통합 실현이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말로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오랜 정치사 속에서 경험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국민통합을 그렇게도 다짐했지만, 정작 진영 정치에 갇힌 편가르기와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국정운영을 하다가 결국 정권을 넘겨주게 된 상황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이념의 시대는 갔다. 특히 여소야대 환경에서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는 보수 정부의 정체성을 넘어서는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과 합리적 진보층까지도 지지할 수 있는 정부가 되어야 여소야대의 환경 속에서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힘이 생겨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정치적 상상력과 기획이 요구된다. 특히 집권 초반기에 뺄셈의 국정이 아닌 덧셈의 국정을 운영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여소야대의 열악한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오직 국민의 높은 지지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국민여론이 찬반으로 갈리는 사안들은 속도조절을 하면서 국민적 동의를 얻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아무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라 해도, 국민과의 소통을 건너뛰면 불통과 독단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여성가족부 폐지 같이 찬반 여론이 선명하게 갈리는 사안들이 우선적인 국정과제처럼 비쳐진 것은 현명한 방향이었다고 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분열과 갈등은 최소화하고 조정과 합의를 극대화하는 국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갈등은 언제나 존재하고 분출된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성별과 세대, 지역, 계층 간의 갈등은 다시 한번 드러났다.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런 갈등 사안 속에서 대통령은 어느 한 편이 되어 갈등을 심화시키는 당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갈등의 한복판에서 분열을 치유하고 합의를 모색해가는 조정의 정치를 해나가는 최고 책임자다. 조국 사태 이래로 우리 사회가 극도의 분열에 갇히게 되었는데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만 둘러싸여 그 상황을 방치했던 문재인 정부의 우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윤 당선인에게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의 과제처럼 된 감이 있지만, 정치개혁의 과제는 변함없는 국민적 요구이다.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선택했지만, 우리 정치가 다시 극한적인 대결의 늪에 빠져 국력이 소진될 것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더 이상 과거의 대결일변도 정치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의 강경파 그룹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도 없이 곧바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대결과 투쟁의 사고에 갇힌 정치세력을 뒤로 물러서게 하고, 합리적 공존의 사고를 가진 정치세력이 우리 정치를 이끌도록 하는 일도 윤석열 정부 시대의 과제이다.
윤 당선인은 정치를 시작한지 불과 7개월만에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다. 그래서 본인이 대선 기간 내내 "정치적 부채가 없다"며 기존의 정치와는 다른 정치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치적 부채가 없다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어떻게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아직 취약한 상태이다. 윤 당선인이 정치를 시작하고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의존해왔던 것은 언제나 자신이 익숙한 기존 정치인들이었기에, 특별히 정치개혁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갈 의지와 비전을 보여준 적은 없다.
물론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통해, 앞으로 청와대를 ‘정예화한 참모'와 분야별 '민·관 합동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민간 영역의 집단지성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국정운영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협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선거제도의 개혁, 협치나 연정을 위한 담대한 정치적 기획,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개헌까지도 필요할 수 있다.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정치개혁을 위한 필요 조건이 될 수는 있겠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다. 단지 보수 정당의 대통령으로 갇히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도, 낡은 정치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선도해 가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선거 기간 동안에는 안전한 길을 찾느라 기존의 정치질서에 얹혀가는 모양새였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할 자신의 정치적 소명을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있었던 불법 비리에 대한 수사는 정권교체 이후에 대단히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미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전 정부 시절의 ‘적폐 수사’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은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는 얘기이니 당연한 원론적 얘기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덮여져 왔기에 정권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재조명될 의혹 사안들이 무척 많은 상황이다.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은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로 인해 원점에서 재수사 해야 할 상황이고,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울산 시장 선거개입 의혹 같이 살아있는 권력들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개혁’을 내걸고 있었던 각종 초법적인 조치들의 위법성 문제도 다시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다. 이전 정부 시절에 덮여졌던 불법과 비리 의혹들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며, 정권교체를 선택한 국민들의 요구에도 부합되는 일이다. 새 정부가 거기에만 매달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덮고 가는 것은 정의에 부합되는 길은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은폐되었던 의혹들이 있다면 국민들은 마땅히 그 진상을 알아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은 매우 신중하고 지혜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야당은 반발할 것이고 협치 환경 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법의 집행이 대단히 절제된 가운데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치보복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동의 수준이 될 것이다. 정권 차원의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오직 시스템에 의해 법적 정의를 구현하는 방식만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 적폐 수사가 무한정 진행되면서 국민의 피로증을 유발했음을 생각한다면, 선택과 집중 속에서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과거에만 매달리다가 앞길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앞길에는 어려운 과제는 많고 환경은 열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환경에서 이런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국민에게 묻고 국민의 소리를 들으며, 국민의 신뢰 속에서 성공하는 정부의 길을 가기 바란다. 그것이 미래로 가는 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