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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4.7 재보궐선거.
72.5%라는 숫자에 경악해, 정치권의 눈은 오직 '이남자'에게만 쏠려 있다.
과연 그게 전부일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4.7 재보궐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현재 정치권의,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화두를 묻는다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한 번쯤은 보셨을 것이다. 20대 남자가 72.5%로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20대 여자는 44.0%가 박영선 후보, 40.9%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며, 무려 15.1%가 '기타'를 찍었다고 응답한 바로 그 그래프 말이다.
하지만 이 결과를 놓고 '20대 남자'를 끌어안기 위해 야단법석을 떠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60대 이상의 남녀 모두가 70% 이상 오세훈을 지지했음에도 그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 같아서 딱하기도 하거니와, 여론이 진정 갈라지는 지점을 못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려보자.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권의 화두는 '40대 남자'였다. 문재인 정권을 철통처럼 지지하는 40대 남자, 그 표심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야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공략하여 여당의 지지율을 빼앗아올 것인가. 그러한 고민이 한국 정치를 고민하는 핵심 의제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 고민은 합당한 측면이 있다.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다시 펴보면 그렇다.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서 30대 남자는 32.6%, 여자는 43.7%를 기록하고 있다. 20대 남자들이 워낙 압도적으로 오세훈을 찍고 박영선을 비토해서 잘 티가 나지 않았다 뿐이지, 30대 남자 역시 여당에 대해 단호한 심판을 내렸다는 말이다.
그러니 상황을 똑바로 보려면 X축과 Y축, 그리고 Z축까지 삼차원적으로 살펴야 한다. 첫째, 남자들의 표심. 왜 40대보다 젊어지면 젊어질수록 현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줄어드는가? 둘째, 여자들의 표심. 왜 남자들과 달리 40대보다 젊은 세대에서도 현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유지되는가? 셋째, 여자들의 또 다른 표심. 왜 여당에 대한 반감이 야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향하지 않고 '기타'로 향하는가?
필자는 1983년생이다. 30대 후반의 나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느껴온 바, 1980년대생과 그 이전 세대가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퍽 달랐다.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민주화'에 대한 입장이다.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 민주화, 민주주의란 주어진 전제 조건이다. 나 자신의 경험만 해도 그렇다. 한글을 막 배우고 있었을 1987년 무렵 이미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다. 철이 들고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김영삼이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하고 있었고, 곧 당선되었다. 선거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것은 자연현상에 가까운 일이었다.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 오늘날의 40대와 30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30대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민주화 네이티브' 세대인 반면, 40대는 '마지막 군사독재 세대'인 것이다.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연령대가 40대라 해도 스스로를 새 시대의 맏이로 여기는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철통같이 지지하는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어린 시절 목격했던 직선제 개헌을 위한 투쟁을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할 뿐이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와 그의 비극적인 자살로 인해 빼앗긴, 혹은 빼앗길 위기에 있는 무언가이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 행사 과정에서 절차와 정당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눈 감고 귀 막는 식으로 일관하는 태도에는, 일종의 '전쟁 멘털리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앞서 말했듯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 민주주의란 투쟁의 결과물이 아니다. 태어난 이후, 혹은 철 든 이후부터 지금까지 당연하게 주어져 있는 게임의 룰이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를 지키자'며 민주주의의 룰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그 이전 세대보다 훨씬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평소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드러났고, 선거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왜 남성과 여성의 지지율이 다를까? 20대와 30대의 표심을 가르는 두 번째 차원이 있다. 같은 연령대는 같은 정치 상황을 경험한다. '민주주의 네이티브'인 것은 남자 뿐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를 지지했던 것일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세 번째 질문과 같이 고민할 때 비로소 풀릴 수 있다. 왜 20대 여성들 중에서는 여당도 야당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15.1%에 달하는 것일까? 문제는 두 개지만 답은 하나다. 여성 인권 문제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폭력으로 인해 치러진 선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성들이 당장 여당이 아닌 야당을 찍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첫 대변인이었던 언론인 윤창중이 친선 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방문했을 때, 주미 한국 대사관의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경질된 것이 2013년의 일이다. 현재의 20대에게는 상당히 아득한 일이겠지만 30대 이상의 여성이라면 이런 종류의 사건들을 잊기 어렵다. '박원순의 성폭력으로 인해 치러진 선거'라는 말로 여성 표심을 기대하기에는, 현재의 야당 역시 쌓은 업보가 크다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여당 시절이 뇌리에 더 크게 남아있는 20대 여성은 여당에 대한 응징 투표에 나설 동기가 충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0대 여성들에게 그리 큰 호감을 주지 못했다. 당장 안 찍을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굳이 찍어줘야 할 이유도 없는, 그런 정당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대 여성들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어딘가에 무려 15.1%의 지지를 보냈다.
태영호 의원의 말마따나,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남자의 지지를 잃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20대 여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세대 경험 뿐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는 '일상의 정치'에서도,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그 전 세대와 다르다. 그 모든 요소를 입체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선 승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4.7 재보궐선거.
72.5%라는 숫자에 경악해, 정치권의 눈은 오직 '이남자'에게만 쏠려 있다.
과연 그게 전부일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4.7 재보궐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현재 정치권의,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화두를 묻는다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한 번쯤은 보셨을 것이다. 20대 남자가 72.5%로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20대 여자는 44.0%가 박영선 후보, 40.9%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며, 무려 15.1%가 '기타'를 찍었다고 응답한 바로 그 그래프 말이다.
하지만 이 결과를 놓고 '20대 남자'를 끌어안기 위해 야단법석을 떠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60대 이상의 남녀 모두가 70% 이상 오세훈을 지지했음에도 그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 같아서 딱하기도 하거니와, 여론이 진정 갈라지는 지점을 못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려보자.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권의 화두는 '40대 남자'였다. 문재인 정권을 철통처럼 지지하는 40대 남자, 그 표심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야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공략하여 여당의 지지율을 빼앗아올 것인가. 그러한 고민이 한국 정치를 고민하는 핵심 의제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 고민은 합당한 측면이 있다.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다시 펴보면 그렇다. 박영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서 30대 남자는 32.6%, 여자는 43.7%를 기록하고 있다. 20대 남자들이 워낙 압도적으로 오세훈을 찍고 박영선을 비토해서 잘 티가 나지 않았다 뿐이지, 30대 남자 역시 여당에 대해 단호한 심판을 내렸다는 말이다.
그러니 상황을 똑바로 보려면 X축과 Y축, 그리고 Z축까지 삼차원적으로 살펴야 한다. 첫째, 남자들의 표심. 왜 40대보다 젊어지면 젊어질수록 현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줄어드는가? 둘째, 여자들의 표심. 왜 남자들과 달리 40대보다 젊은 세대에서도 현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유지되는가? 셋째, 여자들의 또 다른 표심. 왜 여당에 대한 반감이 야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향하지 않고 '기타'로 향하는가?
필자는 1983년생이다. 30대 후반의 나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느껴온 바, 1980년대생과 그 이전 세대가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퍽 달랐다.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민주화'에 대한 입장이다.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 민주화, 민주주의란 주어진 전제 조건이다. 나 자신의 경험만 해도 그렇다. 한글을 막 배우고 있었을 1987년 무렵 이미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다. 철이 들고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김영삼이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하고 있었고, 곧 당선되었다. 선거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것은 자연현상에 가까운 일이었다.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 오늘날의 40대와 30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분기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30대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민주화 네이티브' 세대인 반면, 40대는 '마지막 군사독재 세대'인 것이다.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연령대가 40대라 해도 스스로를 새 시대의 맏이로 여기는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철통같이 지지하는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어린 시절 목격했던 직선제 개헌을 위한 투쟁을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할 뿐이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와 그의 비극적인 자살로 인해 빼앗긴, 혹은 빼앗길 위기에 있는 무언가이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 행사 과정에서 절차와 정당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눈 감고 귀 막는 식으로 일관하는 태도에는, 일종의 '전쟁 멘털리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앞서 말했듯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 민주주의란 투쟁의 결과물이 아니다. 태어난 이후, 혹은 철 든 이후부터 지금까지 당연하게 주어져 있는 게임의 룰이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를 지키자'며 민주주의의 룰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그 이전 세대보다 훨씬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평소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드러났고, 선거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왜 남성과 여성의 지지율이 다를까? 20대와 30대의 표심을 가르는 두 번째 차원이 있다. 같은 연령대는 같은 정치 상황을 경험한다. '민주주의 네이티브'인 것은 남자 뿐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를 지지했던 것일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세 번째 질문과 같이 고민할 때 비로소 풀릴 수 있다. 왜 20대 여성들 중에서는 여당도 야당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15.1%에 달하는 것일까? 문제는 두 개지만 답은 하나다. 여성 인권 문제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폭력으로 인해 치러진 선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성들이 당장 여당이 아닌 야당을 찍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첫 대변인이었던 언론인 윤창중이 친선 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방문했을 때, 주미 한국 대사관의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경질된 것이 2013년의 일이다. 현재의 20대에게는 상당히 아득한 일이겠지만 30대 이상의 여성이라면 이런 종류의 사건들을 잊기 어렵다. '박원순의 성폭력으로 인해 치러진 선거'라는 말로 여성 표심을 기대하기에는, 현재의 야당 역시 쌓은 업보가 크다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여당 시절이 뇌리에 더 크게 남아있는 20대 여성은 여당에 대한 응징 투표에 나설 동기가 충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0대 여성들에게 그리 큰 호감을 주지 못했다. 당장 안 찍을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굳이 찍어줘야 할 이유도 없는, 그런 정당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대 여성들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어딘가에 무려 15.1%의 지지를 보냈다.
태영호 의원의 말마따나,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남자의 지지를 잃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20대 여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세대 경험 뿐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는 '일상의 정치'에서도,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그 전 세대와 다르다. 그 모든 요소를 입체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선 승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