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저리나는 노맨’의 2단계 인생 규칙
1996년 미국 화학회사 듀폰의 공장이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목장에서 미국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의 2004년 주주총회장. 찰리 멍거 부회장(1924~2023)이 젊은 주주로부터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한 조언’을 부탁받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카인을 하지 마세요. 열차와 경주하지 마세요. 에이즈에 걸릴 상황을 피하세요.” 많은 참석자들이 농담으로 알아듣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서린 얘기였습니다. “파멸적 재난을 부르는 충동적 선택을 하지 말고, 외부 압박이나 경쟁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매일경제신문 11월3일자 ‘버핏의 오른팔이 된 남자’)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1930~)이 우량주식만 골라 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로 명성을 높인 데는 최측근이었던 멍거의 도움이 컸습니다.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고 버핏을 도왔지만 적극적인 투자 조언과 함께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어지간한 투자기회는 확신이 없으면 가차 없이 퇴짜를 놓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버핏은 그런 멍거를 ‘진저리나는 노맨(abominable no-man)’으로 부르면서도 크게 의지했습니다.
명강사로도 인기를 모았던 멍거의 강연 중 유명한 11개를 모아 엮은 책 <가난한 찰리의 연감(김영사 출간, 원제 Poor Charlie’s Almanac)>에는 그의 투자원칙 및 청중과의 질의응답, 동업자 버핏의 회고도 들어있습니다. “멍거는 투자에 관한 결정보다 인생에 관한 결정을 더 중시했다. 그에게 성공적 투자 방식은 인생의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의 부산물일 뿐이었다.”
그가 내놓은 말들은 얼핏 듣기에 단순해서 싱겁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게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간단명료성은 멍거가 평생에 걸쳐 인간행동의 패턴, 비즈니스 시스템과 수많은 과학 분야를 공부한 끝에 힘들게 얻은 결실이었습니다. 그는 통찰을 얻고 전파하는 방법으로 ‘뒤집기’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나쁜 판단의 사례를 수집한 다음, 그런 결과를 피할 방식으로 올바른 판단을 추구한 것입니다.
1986년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스쿨 졸업식 축사가 대표적인 ‘뒤집기’ 연설로 화제를 낳았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이 맡은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마십시오. 이 한 가지 습관만 터득하면 아무리 대단한 미덕을 지녔다고 해도 여러분의 모든 미덕을 합친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이 축사는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곳곳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불신받고, 최선의 기여와 좋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면 이 처방을 따르세요.”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출신인 멍거는 법학은 물론 수학과 공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깨치고는 투자방식에 고루 적용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신속하게 제거한 뒤 능숙한 다(多)학문적 접근법으로 남은 것들을 공략하며, 올바른 여건이 충족됐을 때만 결단력 있게 행동했습니다.
“인간은 우연한 상황에 쉽게 속거나 그저 관행을 따르는 데다,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실수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행동은 너무나도 파괴적인 결말을 초래하므로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비즈니스와 과학,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 경이로운 효과를 내는 오래된 2단계 규칙이 있다. 첫째, 단순하고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둘째, 그 아이디어를 다시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
‘진저리나는 노맨’의 2단계 인생 규칙
1996년 미국 화학회사 듀폰의 공장이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목장에서 미국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의 2004년 주주총회장. 찰리 멍거 부회장(1924~2023)이 젊은 주주로부터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한 조언’을 부탁받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카인을 하지 마세요. 열차와 경주하지 마세요. 에이즈에 걸릴 상황을 피하세요.” 많은 참석자들이 농담으로 알아듣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서린 얘기였습니다. “파멸적 재난을 부르는 충동적 선택을 하지 말고, 외부 압박이나 경쟁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매일경제신문 11월3일자 ‘버핏의 오른팔이 된 남자’)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1930~)이 우량주식만 골라 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로 명성을 높인 데는 최측근이었던 멍거의 도움이 컸습니다.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고 버핏을 도왔지만 적극적인 투자 조언과 함께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어지간한 투자기회는 확신이 없으면 가차 없이 퇴짜를 놓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버핏은 그런 멍거를 ‘진저리나는 노맨(abominable no-man)’으로 부르면서도 크게 의지했습니다.
명강사로도 인기를 모았던 멍거의 강연 중 유명한 11개를 모아 엮은 책 <가난한 찰리의 연감(김영사 출간, 원제 Poor Charlie’s Almanac)>에는 그의 투자원칙 및 청중과의 질의응답, 동업자 버핏의 회고도 들어있습니다. “멍거는 투자에 관한 결정보다 인생에 관한 결정을 더 중시했다. 그에게 성공적 투자 방식은 인생의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의 부산물일 뿐이었다.”
그가 내놓은 말들은 얼핏 듣기에 단순해서 싱겁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게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간단명료성은 멍거가 평생에 걸쳐 인간행동의 패턴, 비즈니스 시스템과 수많은 과학 분야를 공부한 끝에 힘들게 얻은 결실이었습니다. 그는 통찰을 얻고 전파하는 방법으로 ‘뒤집기’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나쁜 판단의 사례를 수집한 다음, 그런 결과를 피할 방식으로 올바른 판단을 추구한 것입니다.
1986년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스쿨 졸업식 축사가 대표적인 ‘뒤집기’ 연설로 화제를 낳았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이 맡은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마십시오. 이 한 가지 습관만 터득하면 아무리 대단한 미덕을 지녔다고 해도 여러분의 모든 미덕을 합친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이 축사는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곳곳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불신받고, 최선의 기여와 좋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면 이 처방을 따르세요.”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출신인 멍거는 법학은 물론 수학과 공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깨치고는 투자방식에 고루 적용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신속하게 제거한 뒤 능숙한 다(多)학문적 접근법으로 남은 것들을 공략하며, 올바른 여건이 충족됐을 때만 결단력 있게 행동했습니다.
“인간은 우연한 상황에 쉽게 속거나 그저 관행을 따르는 데다,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실수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행동은 너무나도 파괴적인 결말을 초래하므로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비즈니스와 과학,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 경이로운 효과를 내는 오래된 2단계 규칙이 있다. 첫째, 단순하고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둘째, 그 아이디어를 다시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