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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다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특히 ‘한 방’을 노린 젊은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빚투’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정통경제학에서 ‘레버리지 효과’라는 용어로 정립된 투자기법이기도 하다.
투자의 과실을 마음껏 따낼 수 있게 하는 역동적인 시장경제 생태계를 작동시키는 게 관건이다.
주춤하는 듯 했던 증권시장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개인이 증권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9월13일 25조6540억원으로 종전 최대기록(25조6112억원, 8월18일)을 넘어섰다. 주목되는 것은 젊은 층의 ‘빚투’ 열풍이다. 만 19~29세 주식투자자들의 10개 주요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이 6월말 기준 5324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이었던 2019년 말의 4.3배로 폭증(금융감독원 집계)했다. 증권사 돈으로 주식에 투자한 20대 신용융자 이용자 숫자도 1만3893명으로 1년 반 만에 2.9배가 됐다. 30대(만 29세 이상 39세 미만)의 ‘빚투’도 만만치 않다. 2019년 말 1조590억원이었던 신용융자 잔액이 1년 반 새 2조8973억원으로 2.7배가 됐고, 이용자수는 2만1425명에서 4만661명으로 90% 증가했다.
‘빚투’는 양날의 칼과 같다. 빚을 내 사들인 주식가격이 오르면 차액만큼을 벌 수 있지만, 일정기간 이상 주가가 떨어지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신용융자를 해준 증권사에서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반대매매)하기 때문이다. 자기 돈으로 주식을 샀다면 주가가 떨어졌더라도 되오를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지만, ‘빚투’는 손실이 확정돼 버린다. ‘쪽박’을 차게 되는 것이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이런 반대매매 규모가 4800억원을 넘어섰다. 20대 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갚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 처분한 규모가 1월 25억원대에서 8월에는 39억원대로 급증했다. 증권사 금리는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다. 소득과 재산이 적은 젊은 층에 ‘빚투 리스크’는 작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도 상당수 젊은 세대는 ‘빚투’에 거리낌이 없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증권사에서 대출받아 주식투자를 시작한 28세 대학원생은 “신용융자 금액이 4000만원에 이르지만 ‘한방’ 수익을 올려 갚으면 되니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것을 ‘빚투’를 겁내지 않는 주된 요인으로 본다. 주식 투자를 게임처럼 인식해 과감하게 빚을 내고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짙다는 것이다. 주변의 누군가가 주식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한 방’ 욕구를 부추기기도 한다. 주식 투자로 단기간에 큰 수익을 맛본 경험까지 더해지면 변동성이 크고 자극적인 종목을 찾는 ‘수익률 중독’ 현상이 더 심해진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공격적 투자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손실을 입더라도 만회할 시간이 많은 젊은 사람이 나이든 사람보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으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마련”이라는 지적도 있다. 돈을 다 날릴 위험과 함께 수익률 100%를 기대할 수도 있다면 1억원을 가진 사람은 머뭇거리지만, 100만원을 가진 사람은 큰 고민 없이 돈을 지를 수 있다는 얘기다.
‘빚투’는 경제학적으로 정립된 투자기법이기도 하다. 정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효과가 다름 아닌 ‘빚투’다. 기업 등이 차입금 등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것을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저명한 경제학자들 가운데 레버리지를 믿고 통 큰 투자에 나섰다가 돈을 벌기는커녕 쪽박을 찬 사람이 적지 않다. “물가 수준은 화폐량으로 결정된다”는 화폐수량설을 주창하는 등 근대 경제학 이론을 개척해 ‘미국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빙 피셔(1867~1947)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1920년대 미국의 산업이 한창 맹위를 떨치던 시절 주식시장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는, 수익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레버리지를 동원했다. 시장이 계속 상승한 덕분에 누적 자산이 1000만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레버리지, 요즘 유행어로 ‘빚투’의 위험은 시장이 하락할 때 거꾸로 손실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1929년 ‘대공황’ 신호탄과 함께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피셔가 바로 이 덫에 빠졌고, 여러 차례 재기를 노렸지만 손실을 회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가족 등의 신세를 져야 했다.
‘빚투’를 투자자가 아닌 투자대상 관점에서 보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번뜩이는 사업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계획까지 갖췄지만 돈이 부족해 발을 구르는 기업가에게 투자자는 말 그대로 천사(앤젤 투자자: angel)다. 사업성이 충분해 멀지않은 미래에 큰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면 투자자는 큰돈을 서슴없이 집어넣을 것이다. 그 돈으로 기업가는 사업성공의 열매를 맺고, 투자자는 막대한 수익금 배당을 받는 과실로 돌아온다면 그야말로 ‘상생(相生:win-win)’이다. 세계 첨단산업의 심장부이자 스타트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는 이런 투자 생태계가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이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 세계적 기업들이 ‘천사’들에게 투자받은 돈으로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냈다.
미국을 인터넷·스마트폰·전자상거래·공유경제·구독경제 등 세계 전역에 두루 퍼진 플랫폼의 창시국가이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뒷받침해 주는 원천 중의 하나가 이런 투자생태계다. 탄탄하게 성장해나가는 기업들의 존재는 투자자들의 레버리지효과를 높여주는 선순환을 낳는다. 세계 1위 전기자동차 회사로 떠오른 테슬라가 단적인 예다.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에 본사를 둔 테슬라는 2003년 창립 이래 2017년까지 46억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생존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가능성을 믿은 투자자들의 돈이 계속 몰렸다. 덕분에 지난 10년간 주가가 1만4116%나 올랐고, 테슬라와 투자자 모두가 공동 승자가 됐다.
여러모로 한국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한국에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사업 환경이 조성돼 있어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나온다면 ‘빚투’를 걱정의 눈으로만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 반대다. 아무리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기존 사업자의 이익과 충돌하면 ‘기득권’에 손을 들어주는 국정 풍토가 요지부동이다. ‘혁신 성장’을 국정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우버와 똑같은 승차공유 혁신을 꿈꿨던 ‘타다’에 불법 낙인을 찍은 것이 전형적인 예다. 세계 최고의 의료인재를 확보해놓고 중국과 태국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원격의료에 빗장을 걸어 관련 사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요즘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을 바로잡겠다며 사업생태계를 압박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기업이 규제 사슬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사업 활동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로만 이어지는 게 아니다. ‘빚투’ 리스크를 상당부분 덜어낼 핵심처방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다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특히 ‘한 방’을 노린 젊은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빚투’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정통경제학에서 ‘레버리지 효과’라는 용어로 정립된 투자기법이기도 하다.
투자의 과실을 마음껏 따낼 수 있게 하는 역동적인 시장경제 생태계를 작동시키는 게 관건이다.
주춤하는 듯 했던 증권시장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개인이 증권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9월13일 25조6540억원으로 종전 최대기록(25조6112억원, 8월18일)을 넘어섰다. 주목되는 것은 젊은 층의 ‘빚투’ 열풍이다. 만 19~29세 주식투자자들의 10개 주요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이 6월말 기준 5324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이었던 2019년 말의 4.3배로 폭증(금융감독원 집계)했다. 증권사 돈으로 주식에 투자한 20대 신용융자 이용자 숫자도 1만3893명으로 1년 반 만에 2.9배가 됐다. 30대(만 29세 이상 39세 미만)의 ‘빚투’도 만만치 않다. 2019년 말 1조590억원이었던 신용융자 잔액이 1년 반 새 2조8973억원으로 2.7배가 됐고, 이용자수는 2만1425명에서 4만661명으로 90% 증가했다.
‘빚투’는 양날의 칼과 같다. 빚을 내 사들인 주식가격이 오르면 차액만큼을 벌 수 있지만, 일정기간 이상 주가가 떨어지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신용융자를 해준 증권사에서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반대매매)하기 때문이다. 자기 돈으로 주식을 샀다면 주가가 떨어졌더라도 되오를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지만, ‘빚투’는 손실이 확정돼 버린다. ‘쪽박’을 차게 되는 것이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이런 반대매매 규모가 4800억원을 넘어섰다. 20대 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갚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 처분한 규모가 1월 25억원대에서 8월에는 39억원대로 급증했다. 증권사 금리는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다. 소득과 재산이 적은 젊은 층에 ‘빚투 리스크’는 작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도 상당수 젊은 세대는 ‘빚투’에 거리낌이 없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증권사에서 대출받아 주식투자를 시작한 28세 대학원생은 “신용융자 금액이 4000만원에 이르지만 ‘한방’ 수익을 올려 갚으면 되니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것을 ‘빚투’를 겁내지 않는 주된 요인으로 본다. 주식 투자를 게임처럼 인식해 과감하게 빚을 내고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짙다는 것이다. 주변의 누군가가 주식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한 방’ 욕구를 부추기기도 한다. 주식 투자로 단기간에 큰 수익을 맛본 경험까지 더해지면 변동성이 크고 자극적인 종목을 찾는 ‘수익률 중독’ 현상이 더 심해진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공격적 투자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손실을 입더라도 만회할 시간이 많은 젊은 사람이 나이든 사람보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으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마련”이라는 지적도 있다. 돈을 다 날릴 위험과 함께 수익률 100%를 기대할 수도 있다면 1억원을 가진 사람은 머뭇거리지만, 100만원을 가진 사람은 큰 고민 없이 돈을 지를 수 있다는 얘기다.
‘빚투’는 경제학적으로 정립된 투자기법이기도 하다. 정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효과가 다름 아닌 ‘빚투’다. 기업 등이 차입금 등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것을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저명한 경제학자들 가운데 레버리지를 믿고 통 큰 투자에 나섰다가 돈을 벌기는커녕 쪽박을 찬 사람이 적지 않다. “물가 수준은 화폐량으로 결정된다”는 화폐수량설을 주창하는 등 근대 경제학 이론을 개척해 ‘미국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빙 피셔(1867~1947)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1920년대 미국의 산업이 한창 맹위를 떨치던 시절 주식시장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는, 수익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레버리지를 동원했다. 시장이 계속 상승한 덕분에 누적 자산이 1000만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레버리지, 요즘 유행어로 ‘빚투’의 위험은 시장이 하락할 때 거꾸로 손실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1929년 ‘대공황’ 신호탄과 함께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피셔가 바로 이 덫에 빠졌고, 여러 차례 재기를 노렸지만 손실을 회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가족 등의 신세를 져야 했다.
‘빚투’를 투자자가 아닌 투자대상 관점에서 보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번뜩이는 사업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계획까지 갖췄지만 돈이 부족해 발을 구르는 기업가에게 투자자는 말 그대로 천사(앤젤 투자자: angel)다. 사업성이 충분해 멀지않은 미래에 큰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면 투자자는 큰돈을 서슴없이 집어넣을 것이다. 그 돈으로 기업가는 사업성공의 열매를 맺고, 투자자는 막대한 수익금 배당을 받는 과실로 돌아온다면 그야말로 ‘상생(相生:win-win)’이다. 세계 첨단산업의 심장부이자 스타트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는 이런 투자 생태계가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이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 세계적 기업들이 ‘천사’들에게 투자받은 돈으로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냈다.
미국을 인터넷·스마트폰·전자상거래·공유경제·구독경제 등 세계 전역에 두루 퍼진 플랫폼의 창시국가이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뒷받침해 주는 원천 중의 하나가 이런 투자생태계다. 탄탄하게 성장해나가는 기업들의 존재는 투자자들의 레버리지효과를 높여주는 선순환을 낳는다. 세계 1위 전기자동차 회사로 떠오른 테슬라가 단적인 예다.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에 본사를 둔 테슬라는 2003년 창립 이래 2017년까지 46억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생존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가능성을 믿은 투자자들의 돈이 계속 몰렸다. 덕분에 지난 10년간 주가가 1만4116%나 올랐고, 테슬라와 투자자 모두가 공동 승자가 됐다.
여러모로 한국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한국에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사업 환경이 조성돼 있어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나온다면 ‘빚투’를 걱정의 눈으로만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 반대다. 아무리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기존 사업자의 이익과 충돌하면 ‘기득권’에 손을 들어주는 국정 풍토가 요지부동이다. ‘혁신 성장’을 국정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우버와 똑같은 승차공유 혁신을 꿈꿨던 ‘타다’에 불법 낙인을 찍은 것이 전형적인 예다. 세계 최고의 의료인재를 확보해놓고 중국과 태국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원격의료에 빗장을 걸어 관련 사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요즘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을 바로잡겠다며 사업생태계를 압박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기업이 규제 사슬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사업 활동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로만 이어지는 게 아니다. ‘빚투’ 리스크를 상당부분 덜어낼 핵심처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