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tem has been added to your cart.
Should I order it along with the items in my shopping cart?
시장경제 질서를 저해하는 독점은 규제의 대상이지만, 예외인 분야도 있다.
어디일까? 바로 특허, 즉 지식재산제도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날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지식재산이 어떻게 한국판 뉴딜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지,
박유연 특허법인 다나 대표변리사의 관점에서 풀어 본다.
지난달 4일 제3회 지식재산의 날 기념식이 개최되었다.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은 과기정통 부 장관이 대독한 서면 축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우리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상승의 계기로 반전시키고 우리의 문화산업의 역량이 향상될 수 있었던 힘이며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의 중심은 지식재산”이라고 강조하며, 지식재산을 동력으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정부가 강조하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및 안전망 강화라는 세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혁신을 위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자극해야 함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터지만, 이러한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는 분명히 확실히 주어져야 한다. 지식재산제도라는 인류사회의 독특한 카드를 잘 이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사회에서 독점은 규제하지만 독점을 합법적으로 주는 제도가 바로 지식재산제도이다. 지식재산제도 중 가장 대표적인 특허는 14세기 영국에서 국왕이 특허권을 부여할 때,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개봉된 상태로 수여되었으므로 특허증서를 개봉된 문서, 즉 Letters Patent라 하였으며 그 후 "Open" 이라는 뜻을 가진 Patent가 특허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기존 기술과 다른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일정기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는 그 이후 산업혁명의 근원이 되는 방적기, 증기기관 등의 탄생을 이끌었고 산업혁명의 중요한 근간이 되었다. 지식재산제도가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고 지식재산만큼 혁신에 대한 가장 큰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에서 아마 문대통령의 말이 맞을 것이다. 한국판 뉴딜과 지식재산은 왠지 같은 평면에 있는 느낌이다.
특허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아직도 벌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필자가 강연 중에 이런 질문을 하면 대개는 정답을 듣는다. 자본주의를 잘 이용하여 성장한 미국이란 나라이다. 이러한 미국도 1800년대에는 아르헨티나와 견줄만한 정도의 경제수준이었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기까지 특허란 제도를 잘 활용했음은 많은 경제학자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당시 농업국가였던 미국은 특허제도를 이용하여 혁신을 키워왔다. 필자가 어린 시절 많이 봤던 위인전집의 주인공인 에디슨은 1800년대 본인이 발명한 2천여개의 미국 특허와 해외 특허를 활용해서 170여개의 기업을 설립했다. 그러한 과정 중에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했지만 특허를 매각하여 사업자금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 에디슨의 특허를 양도받아 ‘에디슨 전기 조명’ 회사가 설립되었으며 이러한 특허양도로 약 천만 달러의 사업자금을 조달하여 이후 사업적 큰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 특허가 단순히 자사 기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 자산의 역할을 하는 사례는 선진국에서 흔하다. 휴대폰 업계의 후발주자였던 애플은 통신 분야 특허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었다.
애플을 포함한 애플 컨소시엄은 파산한 캐나다의 네트워크 장비 업체 노텔 네트웍스의 특허 6천여건을 45억 달러(한화로 4조5천억원)에 인수한다. 노텔의 특허는 4세대 이동통신인 LTE를 비롯해 광범위한 통신 분야를 포괄하고 있고 당시 휴대폰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모바일 분야에 관한 특허 분쟁이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노텔의 특허 인수로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었고 특허의 강자로 또한 제품에서의 강자로도 거듭나는 큰 계기가 된다.
인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여러 차례 사회, 정치 분야의 혁명적 변화를 겪어 왔으며, 산업 혁명을 지나 최근에는 인터넷 혁명을 거치면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를 지나오고 있다. 인터넷 혁명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상상만 하던 새로운 시대를 이미 현실화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은 첨단기술이 융복합되어 기존 산업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이에 따라 디지털 세계, 생물학적 영역, 물리적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기술융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조업의 주도가치도 ‘노동과 효율’ 중심에서 ‘지식과 기술’ 중심으로 이동하여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전세계적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며, 기업들의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생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브스는 ‘시장이 지식을 생산한다. 다만 지식의 생산과 확산속도는 연구개발과 지식재산제도 등이 좌우한다美 포춘지. 2018. 10. 10.’고 요약했다. 지식재산은 혁신의 인센티브가 된다. 기업은 특허제도가 주는 인센티브를 기대하고 연구에 투자하게 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기술을 경쟁업체들이 마구 카피하여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어떤 기업이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를 하겠는가? 미국은 전 세계 유일하게 상법보다 특허법이 먼저 만들어졌다는 나라이다. 그만큼 혁신에 목말라 했고 그러한 혁신이 초강대국을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지금도 지식재산은 애플, 테슬라, 아마존, 구글의 혁신을 이끄는 근간이 되고 있다.
혁신을 위한 지식재산의 우리나라 위치는 어떠한가? 매년 21만~22만건의 특허가 등록을 위해 신청(출원)된다. 유엔UN 산하 국제기구인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1위다. 많은 수의 특허를 출원하지만 이에는 허수가 많다. 특허의 실질 즉, 영양가는 많이 떨어진다. 특허의 영양가가 많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사업적으로 결정적인 또는 돈이 되는 특허가 적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등록된 특허의 지난해 국내 특허 무효율은 46.1%에 달한다. 특허 등록이 됐는데도 이후 무효심판을 통해 하자가 있다고 이의제기를 한 사건들의 인용율이 절반 정도라는 뜻이다. 무효심판을 통해 무효가 된 특허는 없던 권리가 된다. 특허 무효율이 20%대인 미국·일본 등에 비하면 두 배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별 1건당 심사투입시간은 2017년 기준 한국이 11.9시간, 미국 25.3시간, 일본 17.5시간, 유럽 35.1시간, 중국 26.3시간 등으로 한국 특허청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특허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특허 한 건당 충분한 시간을 투여하여 등록 후에도 무효가 되지 않는 특허결정을 하기까지 우리나라 심사관들은 시간에 쫓겨 특허심사를 하고 있다. 지난 오랜 시간동안 이러한 문제제기가 왜 안되었겠는가? 특허청에서 심사관 확충을 오랜 기간 동안 정부기관에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는 공무원 인원수 확충의 형평성을 들어 이를 보수적으로 용인했다.
특허 무효율은 그렇다 치고 왜 한국에는 돈이 되는 특허가 상대적으로 적을까? 돈이 되는 특허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발명을 특허적으로 기술한 특허명세서가 잘 작성되어야 한다. 발명을 기술한 특허명세서 중 특히 특허청구범위를 잘 구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특허법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작성의 다른 테크닉, 이를 발휘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2018년 대한변리사회가 특허청의 의뢰로 조사한 ‘국유특허 출원시 적정 대리인 비용 산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인이 품질 유지를 위해 희망하는 건당 적정 소요시간은 특허 41.6시간, 상표 8시간, 디자인 12.8시간으로 조사됐다. 반면 실제 현장에서는 대리인의 평균 (권리별삭제) 업무 시간은 특허 29.2시간, 상표 2.7시 간, 디자인 3.5시간으로 산출됐다(특허와 상표지, 2020년 9월호). 품질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적정 소요시간에 훨씬 못 미치는 시간을 들여 지식재산권 권리가 탄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지식재산권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는 상기 적정 희망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투입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왜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중요하다는 특허를 써야 하는지 필자는 특허 대리인으로서 구구절절한 불만이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자제하려 한다. 다만 모든 기업이 특허 취득에 필요한 여러 비용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강조하고 싶다.
특허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단순 수치는 어떠한가? 산업재산권(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는 2018년 15억 달러 대에서 2019년 21억달러대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세금이 투여된 공공부문에서 개발된 특허가 실제 기업으로 이전되어 매출까지 활용되는 비율은 1.5%로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식재산은 혁신을 위한, 오히려 혁신의 대상으로 매번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식재산이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영양가가 지나치게 없다는 뉴스를 지식재산 전문가로서 필자는 20년 넘게 듣고 있는 것 같다. 매년 대한민국이 특허출원 건수로 전세계 국가 중 4위라는 뉴스는 이제 지겹다. 이제는 좀 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여러 전문가들의 전언을 귀담아 들어 혁신을 위한 제도가 가장 혁신의 대상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 및 정책이 뒷받침해야만 한국판 뉴딜도 성공하지 않을까?
시장경제 질서를 저해하는 독점은 규제의 대상이지만, 예외인 분야도 있다.
어디일까? 바로 특허, 즉 지식재산제도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날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지식재산이 어떻게 한국판 뉴딜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지,
박유연 특허법인 다나 대표변리사의 관점에서 풀어 본다.
지난달 4일 제3회 지식재산의 날 기념식이 개최되었다.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은 과기정통 부 장관이 대독한 서면 축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우리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상승의 계기로 반전시키고 우리의 문화산업의 역량이 향상될 수 있었던 힘이며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의 중심은 지식재산”이라고 강조하며, 지식재산을 동력으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정부가 강조하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및 안전망 강화라는 세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혁신을 위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자극해야 함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터지만, 이러한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는 분명히 확실히 주어져야 한다. 지식재산제도라는 인류사회의 독특한 카드를 잘 이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사회에서 독점은 규제하지만 독점을 합법적으로 주는 제도가 바로 지식재산제도이다. 지식재산제도 중 가장 대표적인 특허는 14세기 영국에서 국왕이 특허권을 부여할 때,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개봉된 상태로 수여되었으므로 특허증서를 개봉된 문서, 즉 Letters Patent라 하였으며 그 후 "Open" 이라는 뜻을 가진 Patent가 특허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기존 기술과 다른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일정기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는 그 이후 산업혁명의 근원이 되는 방적기, 증기기관 등의 탄생을 이끌었고 산업혁명의 중요한 근간이 되었다. 지식재산제도가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고 지식재산만큼 혁신에 대한 가장 큰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에서 아마 문대통령의 말이 맞을 것이다. 한국판 뉴딜과 지식재산은 왠지 같은 평면에 있는 느낌이다.
특허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아직도 벌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필자가 강연 중에 이런 질문을 하면 대개는 정답을 듣는다. 자본주의를 잘 이용하여 성장한 미국이란 나라이다. 이러한 미국도 1800년대에는 아르헨티나와 견줄만한 정도의 경제수준이었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기까지 특허란 제도를 잘 활용했음은 많은 경제학자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당시 농업국가였던 미국은 특허제도를 이용하여 혁신을 키워왔다. 필자가 어린 시절 많이 봤던 위인전집의 주인공인 에디슨은 1800년대 본인이 발명한 2천여개의 미국 특허와 해외 특허를 활용해서 170여개의 기업을 설립했다. 그러한 과정 중에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했지만 특허를 매각하여 사업자금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 에디슨의 특허를 양도받아 ‘에디슨 전기 조명’ 회사가 설립되었으며 이러한 특허양도로 약 천만 달러의 사업자금을 조달하여 이후 사업적 큰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 특허가 단순히 자사 기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 자산의 역할을 하는 사례는 선진국에서 흔하다. 휴대폰 업계의 후발주자였던 애플은 통신 분야 특허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었다.
애플을 포함한 애플 컨소시엄은 파산한 캐나다의 네트워크 장비 업체 노텔 네트웍스의 특허 6천여건을 45억 달러(한화로 4조5천억원)에 인수한다. 노텔의 특허는 4세대 이동통신인 LTE를 비롯해 광범위한 통신 분야를 포괄하고 있고 당시 휴대폰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모바일 분야에 관한 특허 분쟁이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노텔의 특허 인수로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었고 특허의 강자로 또한 제품에서의 강자로도 거듭나는 큰 계기가 된다.
인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여러 차례 사회, 정치 분야의 혁명적 변화를 겪어 왔으며, 산업 혁명을 지나 최근에는 인터넷 혁명을 거치면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를 지나오고 있다. 인터넷 혁명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상상만 하던 새로운 시대를 이미 현실화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은 첨단기술이 융복합되어 기존 산업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이에 따라 디지털 세계, 생물학적 영역, 물리적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기술융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조업의 주도가치도 ‘노동과 효율’ 중심에서 ‘지식과 기술’ 중심으로 이동하여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전세계적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며, 기업들의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생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브스는 ‘시장이 지식을 생산한다. 다만 지식의 생산과 확산속도는 연구개발과 지식재산제도 등이 좌우한다美 포춘지. 2018. 10. 10.’고 요약했다. 지식재산은 혁신의 인센티브가 된다. 기업은 특허제도가 주는 인센티브를 기대하고 연구에 투자하게 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기술을 경쟁업체들이 마구 카피하여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어떤 기업이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를 하겠는가? 미국은 전 세계 유일하게 상법보다 특허법이 먼저 만들어졌다는 나라이다. 그만큼 혁신에 목말라 했고 그러한 혁신이 초강대국을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지금도 지식재산은 애플, 테슬라, 아마존, 구글의 혁신을 이끄는 근간이 되고 있다.
혁신을 위한 지식재산의 우리나라 위치는 어떠한가? 매년 21만~22만건의 특허가 등록을 위해 신청(출원)된다. 유엔UN 산하 국제기구인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1위다. 많은 수의 특허를 출원하지만 이에는 허수가 많다. 특허의 실질 즉, 영양가는 많이 떨어진다. 특허의 영양가가 많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사업적으로 결정적인 또는 돈이 되는 특허가 적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등록된 특허의 지난해 국내 특허 무효율은 46.1%에 달한다. 특허 등록이 됐는데도 이후 무효심판을 통해 하자가 있다고 이의제기를 한 사건들의 인용율이 절반 정도라는 뜻이다. 무효심판을 통해 무효가 된 특허는 없던 권리가 된다. 특허 무효율이 20%대인 미국·일본 등에 비하면 두 배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별 1건당 심사투입시간은 2017년 기준 한국이 11.9시간, 미국 25.3시간, 일본 17.5시간, 유럽 35.1시간, 중국 26.3시간 등으로 한국 특허청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특허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특허 한 건당 충분한 시간을 투여하여 등록 후에도 무효가 되지 않는 특허결정을 하기까지 우리나라 심사관들은 시간에 쫓겨 특허심사를 하고 있다. 지난 오랜 시간동안 이러한 문제제기가 왜 안되었겠는가? 특허청에서 심사관 확충을 오랜 기간 동안 정부기관에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는 공무원 인원수 확충의 형평성을 들어 이를 보수적으로 용인했다.
특허 무효율은 그렇다 치고 왜 한국에는 돈이 되는 특허가 상대적으로 적을까? 돈이 되는 특허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발명을 특허적으로 기술한 특허명세서가 잘 작성되어야 한다. 발명을 기술한 특허명세서 중 특히 특허청구범위를 잘 구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특허법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작성의 다른 테크닉, 이를 발휘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2018년 대한변리사회가 특허청의 의뢰로 조사한 ‘국유특허 출원시 적정 대리인 비용 산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인이 품질 유지를 위해 희망하는 건당 적정 소요시간은 특허 41.6시간, 상표 8시간, 디자인 12.8시간으로 조사됐다. 반면 실제 현장에서는 대리인의 평균 (권리별삭제) 업무 시간은 특허 29.2시간, 상표 2.7시 간, 디자인 3.5시간으로 산출됐다(특허와 상표지, 2020년 9월호). 품질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적정 소요시간에 훨씬 못 미치는 시간을 들여 지식재산권 권리가 탄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지식재산권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는 상기 적정 희망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투입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왜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중요하다는 특허를 써야 하는지 필자는 특허 대리인으로서 구구절절한 불만이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자제하려 한다. 다만 모든 기업이 특허 취득에 필요한 여러 비용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강조하고 싶다.
특허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단순 수치는 어떠한가? 산업재산권(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는 2018년 15억 달러 대에서 2019년 21억달러대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세금이 투여된 공공부문에서 개발된 특허가 실제 기업으로 이전되어 매출까지 활용되는 비율은 1.5%로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식재산은 혁신을 위한, 오히려 혁신의 대상으로 매번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식재산이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영양가가 지나치게 없다는 뉴스를 지식재산 전문가로서 필자는 20년 넘게 듣고 있는 것 같다. 매년 대한민국이 특허출원 건수로 전세계 국가 중 4위라는 뉴스는 이제 지겹다. 이제는 좀 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여러 전문가들의 전언을 귀담아 들어 혁신을 위한 제도가 가장 혁신의 대상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 및 정책이 뒷받침해야만 한국판 뉴딜도 성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