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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매일경제에서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와 재정정책, 세금 등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며 최신 경제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플랫폼은 갑작스레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인터넷상 플랫폼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독점화와 사업 다각화 역시 심화되었다는데, 오늘날 인터넷 플랫폼의 특성이 과연 소비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그의 글을 통해 알아본다.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다. 그렇지만 플랫폼이 무엇이고, 어떤 점이 새로운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 용어를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IT산업 종사자들은 뭔가 멋지게 들리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습관이 있다(약자를 써서 원래의 뜻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말들은 보통 새로운 예산을 따내거나, 본인이 시대의 흐름을 앞서 나가는 사람임을 과시하는 데에는 유용하게 쓰이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플랫폼의 시대라는 말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 무엇이 정말 다르다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플랫폼은 둘 이상의 집단이 거래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물리적, 가상적 매개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라면 거의 모든 사업 형태를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이 되려면 경제학자들이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고 부르는 성질을 갖춰야 한다. 양면시장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두 집단들이 서로 상대방의 규모가 클수록 누리는 효용도 커진다(네트워크 외부성). 또한 플랫폼을 거치지 않으면 이러한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가 없다. 플랫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학자들이 가장 즐겨 드는 사례는 이태원의 클럽이나 결혼정보업체다. 남성과 여성 모두 다른 성별이 많이 참여하기를 원하며, 바람직한 상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플랫폼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소비자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신용카드 회사, 독자와 광고주를 연결하는 신문사나 방송사 등은 전형적인 플랫폼들이다. 플랫폼이 지금처럼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인터넷 상의 플랫폼들이 나타나면서다. 보다 정확하게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초거대 플랫폼들이 부상하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플랫폼들은 무엇이 다를까.
인터넷의 발전 초기에 학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가 매우 경쟁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이 거래비용과 진입장벽을 낮추어 누구든지 쉽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예상은 반만 맞았다. 초기에 많은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이들은 야후, 웹크롤러,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잉크토미, 익사이트와 같은 이름들을 기억할 것이다. 국내 업체로는 심마니, 미스다 찾니, 엠파스, 네이트 등도 있다. 이들은 모두 한 때 치열하게 경쟁하던 검색 엔진이지만 불과 10여년 만에 모두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졌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0% 이상이고, 예외는 중국, 러시아, 한국 정도뿐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이용자들이 다수의 플랫폼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우수한 플랫폼이 있다면 이용자들이 그곳으로 몰리고, 네트워크 외부성으로 인해 그 플랫폼의 매력은 더욱 커진다. 한편, 요즘에 주목받는 것은 플랫폼의 데이터 수집능력이다. 많은 플랫폼들은 소비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에 판매자 수수료나 맞춤형 광고 등으로 수익을 얻는데, 많은 이용자를 유치해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 은 더욱 커진다. 이는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효과로 작용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이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독점화와 사업 다각화의 심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급하게 일반화하여 플랫폼 독점을 걱정하기에 앞서 두 가지를 생각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모든 인터넷 플랫폼이 독점화되는 것은 아니고, 독점적 위치에 오르는 플랫폼은 대개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오랜 경쟁과 지속적인 혁신의 과정을 통해 시장을 석권하였는데, 이를 플랫폼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다수의 인터넷 쇼핑몰들이 경쟁 하고 홈쇼핑 채널들까지 가세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보더라도 독점화가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네트워크 외부성,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등은 모두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보급될 수 있었던 한류 콘텐츠들처럼 플랫폼에 연결된 생산자들 역시 거대 플랫폼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물론 대규모 인터넷 플랫폼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각국의 경쟁기관들이 문제 삼았던 플랫폼의 전략들 중에는 검색 결과에 자사 운영 서비스를 유리하게 배치한 것이 문제가 된 사건(자사우대 정책), 전자책을 유통하면서 출판사들에게 다른 유통 플랫폼보다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도록 요구한 사건(최혜대우 보장), 소비자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앱에 자사의 다른 앱을 묶어서 보급한 사건(끼워 팔기) 등이 있었다. 데이터의 확보 및 이용 과정에서의 개인정보보호 침해 등도 당국이 주목하는 분야다. 국내의 경우에는 플랫폼에 의한 ‘갑질’도 규제대상으로 떠올랐는데 지난 6월 21일의 반부패협의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책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주의 깊은 독자라면 이런 문제들도 별로 새로울 것은 없는 내용임을 느낄 것이다. 자사우대나 최혜대우 보장, 끼워 팔기 등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흔히 제기되었던 이슈들이다. 갑질 문제가 부상하는 것도 플랫폼의 고유한 속성보다는 대기업화가 원인임을 시사한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면 추가적 이슈들은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플랫폼은 소비자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의 확보나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의 경계를 설정하거나 기업의 지배력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는 본질보다는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다.
결론을 내보자. 플랫폼은 인터넷 환경에서 새롭게 재부상한 중개사업의 형태다. 거대 독점기업이 출현하기에 적합한 속성을 지녔지만 바로 그 속성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플랫폼이 대기업화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은 있지만 많은 경우 익숙하게 겪어온 것들이다. 섣불리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나서기보다는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고 기존 기업들과 경쟁 가능한 신규 기업들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 중국은 구글의 사용이 아예 금지되어 있고, 한국은 네이버, 러시아는 얀덱스가 자국 콘텐츠에 대한 검색 우위를 바탕으로 비교적 선전해 왔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매일경제에서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와 재정정책, 세금 등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며 최신 경제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플랫폼은 갑작스레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고 한다. 인터넷상 플랫폼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독점화와 사업 다각화 역시 심화되었다는데, 오늘날 인터넷 플랫폼의 특성이 과연 소비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그의 글을 통해 알아본다.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다. 그렇지만 플랫폼이 무엇이고, 어떤 점이 새로운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 용어를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IT산업 종사자들은 뭔가 멋지게 들리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습관이 있다(약자를 써서 원래의 뜻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말들은 보통 새로운 예산을 따내거나, 본인이 시대의 흐름을 앞서 나가는 사람임을 과시하는 데에는 유용하게 쓰이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플랫폼의 시대라는 말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 무엇이 정말 다르다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플랫폼은 둘 이상의 집단이 거래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물리적, 가상적 매개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라면 거의 모든 사업 형태를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이 되려면 경제학자들이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고 부르는 성질을 갖춰야 한다. 양면시장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두 집단들이 서로 상대방의 규모가 클수록 누리는 효용도 커진다(네트워크 외부성). 또한 플랫폼을 거치지 않으면 이러한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가 없다. 플랫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학자들이 가장 즐겨 드는 사례는 이태원의 클럽이나 결혼정보업체다. 남성과 여성 모두 다른 성별이 많이 참여하기를 원하며, 바람직한 상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플랫폼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소비자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신용카드 회사, 독자와 광고주를 연결하는 신문사나 방송사 등은 전형적인 플랫폼들이다. 플랫폼이 지금처럼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인터넷 상의 플랫폼들이 나타나면서다. 보다 정확하게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초거대 플랫폼들이 부상하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플랫폼들은 무엇이 다를까.
인터넷의 발전 초기에 학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가 매우 경쟁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이 거래비용과 진입장벽을 낮추어 누구든지 쉽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예상은 반만 맞았다. 초기에 많은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이들은 야후, 웹크롤러,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잉크토미, 익사이트와 같은 이름들을 기억할 것이다. 국내 업체로는 심마니, 미스다 찾니, 엠파스, 네이트 등도 있다. 이들은 모두 한 때 치열하게 경쟁하던 검색 엔진이지만 불과 10여년 만에 모두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졌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0% 이상이고, 예외는 중국, 러시아, 한국 정도뿐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이용자들이 다수의 플랫폼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우수한 플랫폼이 있다면 이용자들이 그곳으로 몰리고, 네트워크 외부성으로 인해 그 플랫폼의 매력은 더욱 커진다. 한편, 요즘에 주목받는 것은 플랫폼의 데이터 수집능력이다. 많은 플랫폼들은 소비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에 판매자 수수료나 맞춤형 광고 등으로 수익을 얻는데, 많은 이용자를 유치해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 은 더욱 커진다. 이는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효과로 작용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이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독점화와 사업 다각화의 심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급하게 일반화하여 플랫폼 독점을 걱정하기에 앞서 두 가지를 생각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모든 인터넷 플랫폼이 독점화되는 것은 아니고, 독점적 위치에 오르는 플랫폼은 대개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오랜 경쟁과 지속적인 혁신의 과정을 통해 시장을 석권하였는데, 이를 플랫폼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다수의 인터넷 쇼핑몰들이 경쟁 하고 홈쇼핑 채널들까지 가세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보더라도 독점화가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네트워크 외부성,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등은 모두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보급될 수 있었던 한류 콘텐츠들처럼 플랫폼에 연결된 생산자들 역시 거대 플랫폼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물론 대규모 인터넷 플랫폼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각국의 경쟁기관들이 문제 삼았던 플랫폼의 전략들 중에는 검색 결과에 자사 운영 서비스를 유리하게 배치한 것이 문제가 된 사건(자사우대 정책), 전자책을 유통하면서 출판사들에게 다른 유통 플랫폼보다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도록 요구한 사건(최혜대우 보장), 소비자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앱에 자사의 다른 앱을 묶어서 보급한 사건(끼워 팔기) 등이 있었다. 데이터의 확보 및 이용 과정에서의 개인정보보호 침해 등도 당국이 주목하는 분야다. 국내의 경우에는 플랫폼에 의한 ‘갑질’도 규제대상으로 떠올랐는데 지난 6월 21일의 반부패협의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책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주의 깊은 독자라면 이런 문제들도 별로 새로울 것은 없는 내용임을 느낄 것이다. 자사우대나 최혜대우 보장, 끼워 팔기 등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흔히 제기되었던 이슈들이다. 갑질 문제가 부상하는 것도 플랫폼의 고유한 속성보다는 대기업화가 원인임을 시사한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면 추가적 이슈들은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플랫폼은 소비자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의 확보나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의 경계를 설정하거나 기업의 지배력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는 본질보다는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다.
결론을 내보자. 플랫폼은 인터넷 환경에서 새롭게 재부상한 중개사업의 형태다. 거대 독점기업이 출현하기에 적합한 속성을 지녔지만 바로 그 속성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플랫폼이 대기업화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은 있지만 많은 경우 익숙하게 겪어온 것들이다. 섣불리 플랫폼에 대한 규제에 나서기보다는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고 기존 기업들과 경쟁 가능한 신규 기업들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 중국은 구글의 사용이 아예 금지되어 있고, 한국은 네이버, 러시아는 얀덱스가 자국 콘텐츠에 대한 검색 우위를 바탕으로 비교적 선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