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tem has been added to your cart.
Should I order it along with the items in my shopping cart?
마약류 중독은 범죄에 대한 정의 실현의 관점에서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범죄이다. 하지만 중독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엄벌주의 입장에서 이들을 처벌하고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기만 했다. 치료하지 않았기에 재발했고, 재범을 반복해왔다. 이제부터라도 교정기관과 병원, 지역사회 기관에서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1.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류 관련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마약 청정국’이라는 용어에 취해 있었다. ‘마약류 범죄계수 20’ 즉, 인구 10만 명당 단속된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 우리나라 5천만 인구 기준으로 마약류 사범 1만 명 이하인 상대적으로 마약에서 안전한 나라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마약류 사범의 수는 매년 1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2020년 18,050명, 2021년 16,153명으로 최근에는 ‘마약류 범죄계수 32’를 넘어서고 있다. 식약처가 2020년 4월부터 진행한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 행태 조사 결과에서도 2021년 조사대상 27개 모든 하수 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에 우리나라 마약류 중독 문제의 특징은 과거 범죄자와 유흥업소 종사자 등 일부 계층의 문제였던 것이 최근에는 20~30대 청년층과 여성, 평범한 시민들의 약물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마약류의 유통이 텔레그램, 다크웹 등을 이용한 해외 직구, 던지기 수법의 판매 등이 보편화되었고, 한국인이 자주 찾는 미국, 캐나다, 태국 등 해외 각국의 대마 합법화와 유흥업소와 클럽에서의 불법 약물 사용 증가, ‘나비약’이라는 이름의 다이어트 약과 졸피뎀, 펜타닐, 프로포폴, 에터미데이트 등 처방 의약품의 불법적 사용 문제 등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약류의 구매가 쉬워졌고,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일반인의 마약류 중독 증가의 원인으로 설명된다.
2. 투약-구속-출소 후 다시 투약, 마약 중독의 회전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약류 사용을 본인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마약을 한 번 접하면, 돌이킬 수 없는 중독의 늪에 빠져든다. 마약류 사범은 특히 재범률이 높다. 대검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이 지속적 증가세에 있으면서, 최근 10년간 재범률이 3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동일한 죄명으로 3년 내 다시 교도소에 재복역하는 비율이 45%를 넘어서고 있다. 마약류 사범이 단속되면 일시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되지만, 중독이라는 질병이 치료되지 않으면, 교정 영역에서 마약류 중독의 재발이 범죄의 재범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마약 중독의 회전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저는 마약중독자입니다. 마약중독자를 더 강력하게 처벌해 주시고, 대신 중독이라는 질병을 치료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한 한 마약류 중독자가 있었다. 그는 10대 후반 마약을 처음 접하면서 전과자가 되었고, 마약사범으로 전과 13범인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치료재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중독 치료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재발해서 다시 교정기관에 수용되었다. 이처럼 ‘마약류의 투약 – 수감 – 출소 - 다시 투약 – 재수감’이라는 마약 중독의 회전문 속에 갇혀있는 것이 우리나라 마약류 중독자의 삶이다.
3. 형사사법 시스템이 치료의 관문이 되고, 순차적 차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약류 중독의 회전문을 깨기 위해 UNODC(유엔 약물과 범죄 사무국)는 형사사법 시스템이 치료의 관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마약류 범죄자의 체포는 치료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약류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 조사 – 검찰 – 법원 – 교정기관 – 보호관찰 시스템의 연속선상 안에서 순차적으로 중독의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질병의 관점에서 치료재활 전문가가 각 단계별로 개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마약류 사범이 죗값을 받은 후에는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환자임을 수용하고, 이들을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치료재활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약류 중독의 문제는 범죄이면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기에 범죄성의 위험 수준과 질병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의 수준을 함께 고려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중독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 수준은 낮고, 범죄성이 심각한 경우는 현재처럼 교정시설에서의 격리와 처벌이 우선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독 전문가가 배치된 지정 교도소에서 재활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중독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 수준이 높고, 범죄성도 심각한 경우는 병원 시스템을 갖춘 교정기관인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에서의 입원이 필요하다. 셋째, 중독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 수준은 높지만, 범죄성의 위험도는 낮은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의 치료보호 지정기관(중독치료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한다. 넷째, 중독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 수준도 낮고, 범죄성도 낮은 경우는 보호관찰소와 지역사회 재활시설에서 대상자의 욕구와 문제 수준별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림] 범죄성과 기능적 손상 수준별 대상인구 식별 전략
출처: Prins and Osher, Council of State Governments Justice Center, 2009.
4.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극복과 중독자 재활시설의 설치가 필요하다.
마약류 중독자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의지가 약하다, 구제 불능이다”라고 부정적으로 보고,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한다. 낙인(烙印)이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사회적 낙인은 마약류 중독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불량한 것과 관련된다. 중독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낙인이다. WHO는 14개국에서 가장 낙인이 심한 사회문제 1위가 마약류 중독이라고 발표했다. 낙인적인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에서, 중독과 정신병은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59%), 정부 예산을 이들의 치료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치료비 지원 반대 49%, 주거비용 지원 반대 76%, 직업지원 반대 46%). 결국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들의 치료와 재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Barry et al., 2014). 사회적 낙인이 심해서일까? 국내에는 마약을 끊고 싶어도 마땅히 도움을 받을만한 곳이 없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서 마약류 중독자 문제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기관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이다. 마퇴본부는 식약처의 지원을 받는 민간 재단법인으로 마약류 중독자의 상담과 교육을 위한 중독재활센터 2곳을 서울과 부산에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13개 지부가 보호관찰소에서 마약류 사용자 법정의무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마퇴본부를 지원하는 전체 정부 예산은 2022년 약 40억 원 미만으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마약류 중독자의 지역사회에서의 치료재활을 위해서는 입원치료-거주시설-집중외래-외래치료-지역사회에 이르는 환자 수준별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특히 마약류 중독자의 경우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 입소 시설 같은 주거 서비스가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마약류 중독자 거주 시설은 거의 없다. 경기도와 인천 등에 소규모 마약류 중독자 재활시설 ‘다르크(DARC)’가 있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이 열악한 시설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5.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법률의 개정 및 제정이며, 필수조건은 예산확보다.
마약류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들의 치료재활 관련 법률의 정비와 예산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마약류 등에 관한 법률’의 주관부처인 식약처는 중독자 치료재활에 대해 책임있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마퇴본부를 통해 소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이 문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복지부 또한 정신보건 담당 부서에서 마약류 중독자 병원치료 프로그램인 치료보호 제도에만 관여할 뿐이다. 복지부가 관할하는 ‘정신건강복지법’에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재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그리고 복지부가 마약류 중독자의 병원 치료를 지원하는 치료보호 제도 예산이 22년에 4억 원 정도이다. 마약류 중독자 1명의 치료를 위해 평균 2개월의 입원 기간과 10개월의 외래 치료가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 최대 100명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제대로 된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재활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정비와 예산확보가 필수적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불법 마약류 치료재활 예산만 200조 원이 넘는다. 인구 규모가 우리나라(5,000만명)와 비슷한 영국(6,800만명)은 마약류 중독 치료재활 예산이 3,500억 원(한국 40억원의 87배)에 이른다. 영국에서는 중독자 치료재활 예산의 편익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마약류 중독의 예방치료에 1파운드의 예산을 투자하면, 2.5배의 편익이 발생함으로 국가 예산을 중독문제 해결에 사용해야 함을 국민들에게 잘 알리고 있다. 영국의 한 캠페인에서는 ‘2013-2018년 5년간 마약류 오남용 예방 예산을 28% 줄인 정책의 실패로 약물 오남용 사망자가 47% 증가’했음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마약류 중독 문제의 예방에 있어서 진짜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고지된 동의(Informed Concent)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국민이 제대로 된 정보를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단순히 마약이 죽음의 약물이라고 겁만 주기보다는 처방 의약품에 대한 오남용 예방에서부터 불법 마약류의 폐해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중독자를 환자로 인식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약류 사용과 관련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할 것이다.
마약류 중독은 범죄에 대한 정의 실현의 관점에서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범죄이다. 하지만 중독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엄벌주의 입장에서 이들을 처벌하고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기만 했다. 치료하지 않았기에 재발했고, 재범을 반복해왔다. 이제부터라도 교정기관과 병원, 지역사회 기관에서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범정부 차원의 마약류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 법무부, 검찰, 법원의 사법 시스템과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연계된 약물 법원 혹은 보호관찰제도와 연계된 사법적 전환프로그램의 신설이 요구된다.
마약류 중독은 범죄에 대한 정의 실현의 관점에서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범죄이다. 하지만 중독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엄벌주의 입장에서 이들을 처벌하고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기만 했다. 치료하지 않았기에 재발했고, 재범을 반복해왔다. 이제부터라도 교정기관과 병원, 지역사회 기관에서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1.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류 관련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강조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마약 청정국’이라는 용어에 취해 있었다. ‘마약류 범죄계수 20’ 즉, 인구 10만 명당 단속된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 우리나라 5천만 인구 기준으로 마약류 사범 1만 명 이하인 상대적으로 마약에서 안전한 나라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마약류 사범의 수는 매년 1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2020년 18,050명, 2021년 16,153명으로 최근에는 ‘마약류 범죄계수 32’를 넘어서고 있다. 식약처가 2020년 4월부터 진행한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 행태 조사 결과에서도 2021년 조사대상 27개 모든 하수 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에 우리나라 마약류 중독 문제의 특징은 과거 범죄자와 유흥업소 종사자 등 일부 계층의 문제였던 것이 최근에는 20~30대 청년층과 여성, 평범한 시민들의 약물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마약류의 유통이 텔레그램, 다크웹 등을 이용한 해외 직구, 던지기 수법의 판매 등이 보편화되었고, 한국인이 자주 찾는 미국, 캐나다, 태국 등 해외 각국의 대마 합법화와 유흥업소와 클럽에서의 불법 약물 사용 증가, ‘나비약’이라는 이름의 다이어트 약과 졸피뎀, 펜타닐, 프로포폴, 에터미데이트 등 처방 의약품의 불법적 사용 문제 등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약류의 구매가 쉬워졌고,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일반인의 마약류 중독 증가의 원인으로 설명된다.
2. 투약-구속-출소 후 다시 투약, 마약 중독의 회전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약류 사용을 본인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마약을 한 번 접하면, 돌이킬 수 없는 중독의 늪에 빠져든다. 마약류 사범은 특히 재범률이 높다. 대검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이 지속적 증가세에 있으면서, 최근 10년간 재범률이 3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동일한 죄명으로 3년 내 다시 교도소에 재복역하는 비율이 45%를 넘어서고 있다. 마약류 사범이 단속되면 일시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되지만, 중독이라는 질병이 치료되지 않으면, 교정 영역에서 마약류 중독의 재발이 범죄의 재범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마약 중독의 회전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저는 마약중독자입니다. 마약중독자를 더 강력하게 처벌해 주시고, 대신 중독이라는 질병을 치료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한 한 마약류 중독자가 있었다. 그는 10대 후반 마약을 처음 접하면서 전과자가 되었고, 마약사범으로 전과 13범인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치료재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중독 치료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재발해서 다시 교정기관에 수용되었다. 이처럼 ‘마약류의 투약 – 수감 – 출소 - 다시 투약 – 재수감’이라는 마약 중독의 회전문 속에 갇혀있는 것이 우리나라 마약류 중독자의 삶이다.
3. 형사사법 시스템이 치료의 관문이 되고, 순차적 차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약류 중독의 회전문을 깨기 위해 UNODC(유엔 약물과 범죄 사무국)는 형사사법 시스템이 치료의 관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마약류 범죄자의 체포는 치료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약류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 조사 – 검찰 – 법원 – 교정기관 – 보호관찰 시스템의 연속선상 안에서 순차적으로 중독의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질병의 관점에서 치료재활 전문가가 각 단계별로 개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마약류 사범이 죗값을 받은 후에는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환자임을 수용하고, 이들을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치료재활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약류 중독의 문제는 범죄이면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기에 범죄성의 위험 수준과 질병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의 수준을 함께 고려한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중독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 수준은 낮고, 범죄성이 심각한 경우는 현재처럼 교정시설에서의 격리와 처벌이 우선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독 전문가가 배치된 지정 교도소에서 재활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중독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 수준이 높고, 범죄성도 심각한 경우는 병원 시스템을 갖춘 교정기관인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에서의 입원이 필요하다. 셋째, 중독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 수준은 높지만, 범죄성의 위험도는 낮은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의 치료보호 지정기관(중독치료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한다. 넷째, 중독으로 인한 기능적 손상 수준도 낮고, 범죄성도 낮은 경우는 보호관찰소와 지역사회 재활시설에서 대상자의 욕구와 문제 수준별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림] 범죄성과 기능적 손상 수준별 대상인구 식별 전략
출처: Prins and Osher, Council of State Governments Justice Center, 2009.
4.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극복과 중독자 재활시설의 설치가 필요하다.
마약류 중독자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의지가 약하다, 구제 불능이다”라고 부정적으로 보고,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한다. 낙인(烙印)이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사회적 낙인은 마약류 중독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불량한 것과 관련된다. 중독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낙인이다. WHO는 14개국에서 가장 낙인이 심한 사회문제 1위가 마약류 중독이라고 발표했다. 낙인적인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에서, 중독과 정신병은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59%), 정부 예산을 이들의 치료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치료비 지원 반대 49%, 주거비용 지원 반대 76%, 직업지원 반대 46%). 결국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들의 치료와 재활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Barry et al., 2014). 사회적 낙인이 심해서일까? 국내에는 마약을 끊고 싶어도 마땅히 도움을 받을만한 곳이 없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서 마약류 중독자 문제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기관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이다. 마퇴본부는 식약처의 지원을 받는 민간 재단법인으로 마약류 중독자의 상담과 교육을 위한 중독재활센터 2곳을 서울과 부산에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13개 지부가 보호관찰소에서 마약류 사용자 법정의무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마퇴본부를 지원하는 전체 정부 예산은 2022년 약 40억 원 미만으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마약류 중독자의 지역사회에서의 치료재활을 위해서는 입원치료-거주시설-집중외래-외래치료-지역사회에 이르는 환자 수준별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특히 마약류 중독자의 경우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 입소 시설 같은 주거 서비스가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마약류 중독자 거주 시설은 거의 없다. 경기도와 인천 등에 소규모 마약류 중독자 재활시설 ‘다르크(DARC)’가 있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이 열악한 시설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5.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법률의 개정 및 제정이며, 필수조건은 예산확보다.
마약류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들의 치료재활 관련 법률의 정비와 예산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마약류 등에 관한 법률’의 주관부처인 식약처는 중독자 치료재활에 대해 책임있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마퇴본부를 통해 소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이 문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복지부 또한 정신보건 담당 부서에서 마약류 중독자 병원치료 프로그램인 치료보호 제도에만 관여할 뿐이다. 복지부가 관할하는 ‘정신건강복지법’에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재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그리고 복지부가 마약류 중독자의 병원 치료를 지원하는 치료보호 제도 예산이 22년에 4억 원 정도이다. 마약류 중독자 1명의 치료를 위해 평균 2개월의 입원 기간과 10개월의 외래 치료가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 최대 100명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제대로 된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재활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정비와 예산확보가 필수적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불법 마약류 치료재활 예산만 200조 원이 넘는다. 인구 규모가 우리나라(5,000만명)와 비슷한 영국(6,800만명)은 마약류 중독 치료재활 예산이 3,500억 원(한국 40억원의 87배)에 이른다. 영국에서는 중독자 치료재활 예산의 편익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마약류 중독의 예방치료에 1파운드의 예산을 투자하면, 2.5배의 편익이 발생함으로 국가 예산을 중독문제 해결에 사용해야 함을 국민들에게 잘 알리고 있다. 영국의 한 캠페인에서는 ‘2013-2018년 5년간 마약류 오남용 예방 예산을 28% 줄인 정책의 실패로 약물 오남용 사망자가 47% 증가’했음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마약류 중독 문제의 예방에 있어서 진짜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고지된 동의(Informed Concent)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국민이 제대로 된 정보를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단순히 마약이 죽음의 약물이라고 겁만 주기보다는 처방 의약품에 대한 오남용 예방에서부터 불법 마약류의 폐해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중독자를 환자로 인식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약류 사용과 관련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할 것이다.
마약류 중독은 범죄에 대한 정의 실현의 관점에서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범죄이다. 하지만 중독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엄벌주의 입장에서 이들을 처벌하고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기만 했다. 치료하지 않았기에 재발했고, 재범을 반복해왔다. 이제부터라도 교정기관과 병원, 지역사회 기관에서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범정부 차원의 마약류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 법무부, 검찰, 법원의 사법 시스템과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연계된 약물 법원 혹은 보호관찰제도와 연계된 사법적 전환프로그램의 신설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