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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정 onDisplay 대표는 온라인 전시공간을 만드는 창업가이다.
물리학을 공부한 그는 청년분과 강독회에서 '바른 마음'을 읽으며
직관의 오류가능성을 제기한다. '내 주장은 직관이 선택한 것인지,
이성이 명령한 것인지' 인간의 판단 메커니즘을 들여다보자.
진보와 보수, 상생과 소통.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회자되어 온 정치의 키워드다. 대화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분명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발전했음을 의미하지만, 결과적으로 소통이 가능했는지 상기해보면 필자는 다소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게 된다. 여야가 서로를 설득하여 합의점을 찾아 법안을 발의했다는 뉴스보다 서로의 정책에 공감하지 못해 온갖 편법으로 안건 처리를 방해한다는 뉴스가 곱절은 많았다.
이쯤 되면 의견이 다른 두 정치 집단 간의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짓는 것이 나름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소통의 포기야말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대전제는 대화와 소통이다.
경제사회연구원 청년분과는 이러한 우려에서 출발했다. 해답을 찾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앞선 세 번의 모임에서 ‘바른 마음’이라는 책을 읽고 견해를 나누었다.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이란 ‘옳은 마음’보다는 ‘내가 바르다고 믿기에 비판과 판단의 기본적인 단위가 되는 마음’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책의 저자인 조너선 하이트는 부시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대선을 비롯한 민주당의 실패를 한탄하며 ‘왜 민주당이 서민층을 화나게 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책의 초반부는 인간의 판단 메커니즘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직관이라고 선언한다. 정부의 정책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그 정책이 나에게, 내가 속한 집단에게, 혹은 국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성적으로 추론하는 것은 직관이 선택한 답안을 합리화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중·후반부에서는 도덕적 직관을 이루는 요소들을 설명하고 도덕성이 정치 전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시사한다.
책을 읽은 혹자 A는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 B를 설득할 수 없고, (혹은 없을 확률이 높고) 따라서 B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관성이 다소 결여되어도 B의 도덕성과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대목이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설득의 플롯을 구성해야 한다’ 고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관에 기반을 두는 인간의 판단 메커니즘은 A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의 의견에 대한 충분한 의심과 논리적 고찰이 없다면, 당장 B를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더라도, 새로운 경험의 축적으로 직관이 달라진 10년 뒤의 자신은 설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이 책의 진정한 의의란 스스로의 직관을 의심할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물리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있어 직관에 대한 의심은 매우 익숙하다. 실험물리에서는 현상을 정량화하기 위해 특정 물리량을 측정하여 데이터화하는데, 과학에서는 데이터가 곧 진리이기 때문에 실험 설계 및 진행 과정 중에 직관이 개입되지는 않았나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이론물리에서는 다양한 이론을 제시하고 그 중 가장 많은 데이터를 설명하는 이론이 받아들여진다. 복잡한 이론들은 보다 근본적인 이론으로부터 연역적으로 발전되는데, 가장 근간이 되는 이론 즉, 가장 많은 데이터를 설명해낸 이론보다 더 나은 이론이 등장하면 패러다임이 전환된다. 패러다임이 전환될 시점의 근간 이론은 이미 수많은 이론들의 기반이 되어왔기 때문에 직관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지속적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어 온 과학계는 직관의 오류가능성을 방증한다.
물리학계에서 패러다임이 전환된 사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일 것이다. 거의 모든 역학적 현상을 말끔하게 설명해 낸 뉴턴역학은 사실상 역학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믿었을 정도로 견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성이론이 뉴턴역학으로부터 분리되는 지점은 ‘관찰자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비직관적 발상에서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시간이 흐르는 속도라는 표현은 잘못되었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 적절한 용어라 판단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중 ‘아빠가 잠시 블랙홀 주변 행성을 다녀올 동안 할머니가 되어버린 딸’을 보며 "저게 가능한 일이야?"라며 의문을 제기했다면 당신의 직관이 지닌 오류가능성과 방어기제를 목격한 것이다.
정치적 판단을 선도하는 도덕적 직관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남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기 이전에 ‘내 주장은 타당한지, 내가 아닌 나의 직관이 선택한 주장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필자는 경제사회연구원 청년분과가 바른 마음으로부터 얻은 신조를 잃지 않고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또, 올바른 법안을 탐구하여 발의하는 등 실질적 정치 행위에 그치지 않고 이 신조를 우리 사회에 널리 퍼뜨리는 데에 선도하리라 믿는다. 개개인이 자신의 직관을 켜고 끌 줄 알아야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진정한 상생과 소통이 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니까.
박세정 onDisplay 대표는 온라인 전시공간을 만드는 창업가이다.
물리학을 공부한 그는 청년분과 강독회에서 '바른 마음'을 읽으며
직관의 오류가능성을 제기한다. '내 주장은 직관이 선택한 것인지,
이성이 명령한 것인지' 인간의 판단 메커니즘을 들여다보자.
진보와 보수, 상생과 소통.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회자되어 온 정치의 키워드다. 대화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분명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발전했음을 의미하지만, 결과적으로 소통이 가능했는지 상기해보면 필자는 다소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게 된다. 여야가 서로를 설득하여 합의점을 찾아 법안을 발의했다는 뉴스보다 서로의 정책에 공감하지 못해 온갖 편법으로 안건 처리를 방해한다는 뉴스가 곱절은 많았다.
이쯤 되면 의견이 다른 두 정치 집단 간의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짓는 것이 나름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소통의 포기야말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대전제는 대화와 소통이다.
경제사회연구원 청년분과는 이러한 우려에서 출발했다. 해답을 찾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앞선 세 번의 모임에서 ‘바른 마음’이라는 책을 읽고 견해를 나누었다.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이란 ‘옳은 마음’보다는 ‘내가 바르다고 믿기에 비판과 판단의 기본적인 단위가 되는 마음’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책의 저자인 조너선 하이트는 부시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대선을 비롯한 민주당의 실패를 한탄하며 ‘왜 민주당이 서민층을 화나게 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책의 초반부는 인간의 판단 메커니즘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직관이라고 선언한다. 정부의 정책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그 정책이 나에게, 내가 속한 집단에게, 혹은 국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성적으로 추론하는 것은 직관이 선택한 답안을 합리화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중·후반부에서는 도덕적 직관을 이루는 요소들을 설명하고 도덕성이 정치 전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시사한다.
책을 읽은 혹자 A는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 B를 설득할 수 없고, (혹은 없을 확률이 높고) 따라서 B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관성이 다소 결여되어도 B의 도덕성과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대목이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설득의 플롯을 구성해야 한다’ 고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관에 기반을 두는 인간의 판단 메커니즘은 A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의 의견에 대한 충분한 의심과 논리적 고찰이 없다면, 당장 B를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더라도, 새로운 경험의 축적으로 직관이 달라진 10년 뒤의 자신은 설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이 책의 진정한 의의란 스스로의 직관을 의심할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물리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있어 직관에 대한 의심은 매우 익숙하다. 실험물리에서는 현상을 정량화하기 위해 특정 물리량을 측정하여 데이터화하는데, 과학에서는 데이터가 곧 진리이기 때문에 실험 설계 및 진행 과정 중에 직관이 개입되지는 않았나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이론물리에서는 다양한 이론을 제시하고 그 중 가장 많은 데이터를 설명하는 이론이 받아들여진다. 복잡한 이론들은 보다 근본적인 이론으로부터 연역적으로 발전되는데, 가장 근간이 되는 이론 즉, 가장 많은 데이터를 설명해낸 이론보다 더 나은 이론이 등장하면 패러다임이 전환된다. 패러다임이 전환될 시점의 근간 이론은 이미 수많은 이론들의 기반이 되어왔기 때문에 직관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지속적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어 온 과학계는 직관의 오류가능성을 방증한다.
물리학계에서 패러다임이 전환된 사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일 것이다. 거의 모든 역학적 현상을 말끔하게 설명해 낸 뉴턴역학은 사실상 역학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믿었을 정도로 견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성이론이 뉴턴역학으로부터 분리되는 지점은 ‘관찰자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비직관적 발상에서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시간이 흐르는 속도라는 표현은 잘못되었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 적절한 용어라 판단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중 ‘아빠가 잠시 블랙홀 주변 행성을 다녀올 동안 할머니가 되어버린 딸’을 보며 "저게 가능한 일이야?"라며 의문을 제기했다면 당신의 직관이 지닌 오류가능성과 방어기제를 목격한 것이다.
정치적 판단을 선도하는 도덕적 직관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남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기 이전에 ‘내 주장은 타당한지, 내가 아닌 나의 직관이 선택한 주장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필자는 경제사회연구원 청년분과가 바른 마음으로부터 얻은 신조를 잃지 않고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또, 올바른 법안을 탐구하여 발의하는 등 실질적 정치 행위에 그치지 않고 이 신조를 우리 사회에 널리 퍼뜨리는 데에 선도하리라 믿는다. 개개인이 자신의 직관을 켜고 끌 줄 알아야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진정한 상생과 소통이 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