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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고용시장을 흔들지 못한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들 수 없는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이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이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와 외생변수에 대해 알아보고,
아울러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을 흔든다는 궤변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2030세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든다
독립변수: 2030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종속변수: 직업관(고용시장)
이상은 내가 청탁 받은 이 원고의 주제다. '아닌데' 이 문장들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려 한다.
K는 유통 대기업 인사팀에서 일한다. K의 회사는 공채로 대표되는 한국형 대기업 정규직 채용에 적극적이다. 그 회사도 일부 대기업처럼 공채를 아예 없애는 걸 검토 중이다. 공채는 '세속 스펙을 인간의 잠재력으로 환산하고 스펙으로 우수한 잠재력이 증명된 인재를 어릴 때 데려와 입사 초기에 충성심을 키워두고 실무 경험을 쌓으며 능력을 키우는 제도'다. 충성도에 방점을 찍는 셈이다. 반면 이제 필요한 건 당장 투입되어 결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경쟁사 출신이어도 들어오자마자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해졌다. 시장이 너무 급격히 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채 출신들의 충성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고 K는 말했다. 공채의 희망은 임원 되기인데 그 자리에 계속 외부 인사가 들어오니까. K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드는 것 같냐'라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으나 그가 설명해준 변수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였다. 자세히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온라인/오프라인 유통 환경의 변화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 변화가 완연히 드러났다.
용산구에서 카페를 하는 J씨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드는 것 같냐' 라고 했을 때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가 설명해 준 이야기 뒤에도 다른 변수가 있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보는 눈이 높아졌다'고 했고,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임금이 올라 사업이 힘들다'같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요즘은 젊은이들이 법정 최소 노동만 해도 어느 정도 자기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최저임금이 몇 천원 올랐다고 집을 살 수는 없지만 좋은 의자 정도는 살 수 있다.
그 결과 카페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더 일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조금 약해졌다고 한다. J씨는 카페 업계에서 실력과 명성을 인정받았다. 때문에 '기술을 가르친다'라는 개념으로 직원과 일할 수 있고, 거기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J는 반면 기술이 없는 자기만의 커피숍을 운영하며 아르바이트생을 찾는 사장님은 고될 거라고 말했다.
둘의 사례가 사회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도 사회적 배경도 다른 두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냐고 했을 때 그렇다고 답했으나, 사실은 그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전제 조건이 하나 더 있었다. 떨어진 공채의 충성심 뒤에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최근의 고용시장 풍조가 있다.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의 태만한 태도 뒤에는 높아진 최저임금이라는 정책 변화가 있다. 상황을 종합하면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의 영향을 받는다'. 고용시장을 바꾼 변수들이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니까. 라이프스타일이란 결국 세계의 상황이라는 큰 독립변수의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기엔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변수가 너무 강하다. 21세기는 20세기와 다른 저성장시대다. 서구 근대화를 이끌어온 사상적 엔진인 프로테스탄트+민주주의+자본주의 이념도 쓸모를 거의 다한 모양새다.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의 젊은이들은 20세기의 풍요를 맛본 덕에 일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저성장은 기회를 줄이고, 이념이 시들해지자 인간의 동기가 사라지는데, 일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으니 그만큼 뭉근한 불만만 커진다. 저성장, 이념의 실종, 높아진 기대치 때문에 낮아진 만족도. 이 중 저성장을 제외하면 어떤 것도 고용시장을 흔들지 못한다.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을 흔드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고용이나 일과 관련된 동화적 궤변이 융성하기 때문이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지금도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미친듯이 일을 하면서 성과를 만들고, 각종 의사소통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도 없다.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을 흔들 수도 있지만 이런 일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직군 중, 여러 노동 조건을 근로자에게 맞추어야 고용이 가능할 정도의 고급 노동력이라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채용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제주도에 사는 이효리 씨다. 미국 해안 지역의 컴퓨터/투자 관련 일부 직종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고용형태를 고를 수 있다. 그런 인력이 한국에 얼마나 될까. 세계적으로는 얼마나 될까?
오히려 경제사회연구원같은 고급 씽크탱크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더 흥미롭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모호한 말 속에 뭔가 답이 있는 듯 보여서? 라이프스타일의 모호함을 숫자나 정의로 뽑아내기 힘드니까? 요즘 '라이프스타일'과 비슷하게 쓰는 말로 '로컬 비즈니스'가 있다. 로컬 비즈니스로부터 남다른 변화가 나올 거라는 생각 역시 동화적 궤변이다. 세계적인 로컬 비즈니스 타운은 구제국의 수도(토쿄, 뉴욕, 런던, 파리) 혹은 해당 국가의 급격한 경제 성장 구역(시애틀-마이크로소프트, 포틀랜드-나이키) 혹은 일본 후쿠이 현처럼 처절한 현실 인식과 체질 변화의 결과물이다. 로컬 비즈니스가 융성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생각은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든다'는 말과 같다.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식의 오류다.
동화에는 나름의 순기능이 있다. 인간은 이야기에 기대어 살아가고 행동하며, 이야기는 인간에게 놀라운 힘을 준다. 그러나 경제사회연구원처럼 진지한 기관에서 이런 동화적 궤변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속한 라이프스타일 잡지 업계의 일자리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처우 역시 좋아진다고 말하기 힘들고, 그 결과 이 업계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말할 수 있는 사람마저 사라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업계의 변두리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평범한 한 명의 근로자 입장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동화적 궤변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면 좀 겁난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마법의 키워드에 혹했다면 모쪼록 다시 생각해보시길. 간곡히 청한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고용시장을 흔들지 못한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들 수 없는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이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이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와 외생변수에 대해 알아보고,
아울러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을 흔든다는 궤변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2030세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든다
독립변수: 2030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종속변수: 직업관(고용시장)
이상은 내가 청탁 받은 이 원고의 주제다. '아닌데' 이 문장들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려 한다.
K는 유통 대기업 인사팀에서 일한다. K의 회사는 공채로 대표되는 한국형 대기업 정규직 채용에 적극적이다. 그 회사도 일부 대기업처럼 공채를 아예 없애는 걸 검토 중이다. 공채는 '세속 스펙을 인간의 잠재력으로 환산하고 스펙으로 우수한 잠재력이 증명된 인재를 어릴 때 데려와 입사 초기에 충성심을 키워두고 실무 경험을 쌓으며 능력을 키우는 제도'다. 충성도에 방점을 찍는 셈이다. 반면 이제 필요한 건 당장 투입되어 결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경쟁사 출신이어도 들어오자마자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해졌다. 시장이 너무 급격히 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채 출신들의 충성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고 K는 말했다. 공채의 희망은 임원 되기인데 그 자리에 계속 외부 인사가 들어오니까. K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드는 것 같냐'라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으나 그가 설명해준 변수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였다. 자세히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온라인/오프라인 유통 환경의 변화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 변화가 완연히 드러났다.
용산구에서 카페를 하는 J씨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드는 것 같냐' 라고 했을 때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가 설명해 준 이야기 뒤에도 다른 변수가 있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보는 눈이 높아졌다'고 했고,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임금이 올라 사업이 힘들다'같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요즘은 젊은이들이 법정 최소 노동만 해도 어느 정도 자기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최저임금이 몇 천원 올랐다고 집을 살 수는 없지만 좋은 의자 정도는 살 수 있다.
그 결과 카페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더 일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조금 약해졌다고 한다. J씨는 카페 업계에서 실력과 명성을 인정받았다. 때문에 '기술을 가르친다'라는 개념으로 직원과 일할 수 있고, 거기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J는 반면 기술이 없는 자기만의 커피숍을 운영하며 아르바이트생을 찾는 사장님은 고될 거라고 말했다.
둘의 사례가 사회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도 사회적 배경도 다른 두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냐고 했을 때 그렇다고 답했으나, 사실은 그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전제 조건이 하나 더 있었다. 떨어진 공채의 충성심 뒤에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최근의 고용시장 풍조가 있다.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의 태만한 태도 뒤에는 높아진 최저임금이라는 정책 변화가 있다. 상황을 종합하면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의 영향을 받는다'. 고용시장을 바꾼 변수들이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니까. 라이프스타일이란 결국 세계의 상황이라는 큰 독립변수의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기엔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변수가 너무 강하다. 21세기는 20세기와 다른 저성장시대다. 서구 근대화를 이끌어온 사상적 엔진인 프로테스탄트+민주주의+자본주의 이념도 쓸모를 거의 다한 모양새다.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의 젊은이들은 20세기의 풍요를 맛본 덕에 일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저성장은 기회를 줄이고, 이념이 시들해지자 인간의 동기가 사라지는데, 일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으니 그만큼 뭉근한 불만만 커진다. 저성장, 이념의 실종, 높아진 기대치 때문에 낮아진 만족도. 이 중 저성장을 제외하면 어떤 것도 고용시장을 흔들지 못한다.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을 흔드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고용이나 일과 관련된 동화적 궤변이 융성하기 때문이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지금도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미친듯이 일을 하면서 성과를 만들고, 각종 의사소통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도 없다. 라이프스타일이 고용시장을 흔들 수도 있지만 이런 일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직군 중, 여러 노동 조건을 근로자에게 맞추어야 고용이 가능할 정도의 고급 노동력이라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채용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제주도에 사는 이효리 씨다. 미국 해안 지역의 컴퓨터/투자 관련 일부 직종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고용형태를 고를 수 있다. 그런 인력이 한국에 얼마나 될까. 세계적으로는 얼마나 될까?
오히려 경제사회연구원같은 고급 씽크탱크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더 흥미롭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모호한 말 속에 뭔가 답이 있는 듯 보여서? 라이프스타일의 모호함을 숫자나 정의로 뽑아내기 힘드니까? 요즘 '라이프스타일'과 비슷하게 쓰는 말로 '로컬 비즈니스'가 있다. 로컬 비즈니스로부터 남다른 변화가 나올 거라는 생각 역시 동화적 궤변이다. 세계적인 로컬 비즈니스 타운은 구제국의 수도(토쿄, 뉴욕, 런던, 파리) 혹은 해당 국가의 급격한 경제 성장 구역(시애틀-마이크로소프트, 포틀랜드-나이키) 혹은 일본 후쿠이 현처럼 처절한 현실 인식과 체질 변화의 결과물이다. 로컬 비즈니스가 융성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생각은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고용시장을 흔든다'는 말과 같다.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식의 오류다.
동화에는 나름의 순기능이 있다. 인간은 이야기에 기대어 살아가고 행동하며, 이야기는 인간에게 놀라운 힘을 준다. 그러나 경제사회연구원처럼 진지한 기관에서 이런 동화적 궤변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속한 라이프스타일 잡지 업계의 일자리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처우 역시 좋아진다고 말하기 힘들고, 그 결과 이 업계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말할 수 있는 사람마저 사라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업계의 변두리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평범한 한 명의 근로자 입장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동화적 궤변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면 좀 겁난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마법의 키워드에 혹했다면 모쪼록 다시 생각해보시길. 간곡히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