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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의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입증책임과 비례성이라는 형사법원칙을 무시한 위헌적 법률이다.
중대재해 예방 및 처벌과 관련한 법적 규제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도 충분하다.
중대재해 예방은 사업주(도급인), 수급인, 감독관청, 경영자, 노조, 근로자들이 함께 작업환경 및 공정의 위험성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그 비용을 분담하여야 성공할 수 있지,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로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3호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노동자. 출처=경향신문)
2018. 12. 10. 입사 3개월차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이 석탄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죽었다.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 소속이었고 당시 야간근무 중이었다. 그의 업무는 사일로에 적재된 석탄을 발전설비로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 등 관련 설비의 정상 가동 여부를 살피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시설물을 순찰하며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석탄을 치우고, 탄가루 등으로 막힌 배수관을 뚫고, 각 설비의 부품 상태를 살핀 후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파트장에게 보고하여야 하였는데, 컨베이어벨트가 방향을 전환하는 곳에서 설비 안쪽으로 팔과 머리를 넣어 기계의 상태를 확인하던 중 사고를 당하였다.
위 사건 직후 정부와 국회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소위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위 개정법은 도금, 수은, 납, 카드뮴을 다루는 작업에 대하여는 도급을 금지시키고, 도급인(사업주)의 안전보건 책임을 위험구역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며, 안전의무 위반에 대한 법정형량을 높이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개정 산안법만으로는 위험작업의 외주화를 막기 어렵고 도급인의 책임도 여전히 가볍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산업재해 발생의 주요원인을 ‘위험작업의 외주화’로 보고 있다. 즉 기업이 지나친 이윤을 추구하다보니 원가절감 차원에서 위험작업을 외주화하여 산업재해 방지에 대한 관심을 멀리하였고, 이로 인하여 비숙련, 비정규직 근로자가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거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 하에 노동계는 도급이 제한되는 위험작업의 범위를 확대하여야 하고, 사업주에 대한 보다 강력한 형사처벌을 도입하여 산업재해 방지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최근 여당 일부 의원들과 정의당은 사업주에 대하여 강화된 형사처벌을 담은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하려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주요 내용은 ① 형사처벌의 대상을 법인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 감독 공무원에게까지 확대하고, ② 안전관리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의 입증책임을 검사에서 법인과 경영책임자에게로 전환시키며, ③ 근로자 사망시 법인 및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징역형 또는 벌금의 법정형에 하한을 두어 관대한 형사처벌을 막고, ④ 3~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피의자에게 전환시킴으로써 근대형사법원칙을 파괴하고, 과실범에 대한 처벌수준을 고의범죄인 살인, 상해와 큰 차이가 없도록 하여 비례의 원칙에 반하며,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주의의무 규정을 두어 명확성 원칙을 어긴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위 문제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정작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을 강화한다고 하여 중대재해가 예방될지?’는 심히 의문이다.
김용균의 비극은 중대재해에 대한 기존 산안법의 행정규제 및 형사처벌이 약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다. 개정 전후의 산안법 법령을 한번 보시라. 법, 시행령, 시행규칙,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이르기까지 셀 수도 없이 많고 복잡한, 이중삼중의 규제들이 얼기설기 얽혀있어 전문가나 감독 공무원조차 이를 제대로 검토하고 파악하기 힘들 정도이다. 산업현장의 일선 경영자나 근로자들이랴 오죽하랴. 그래서 산안법의 많은 규정들은 예방적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난 이후에서야 사후약방문식으로 검토되는 반쪽짜리가 되어버렸다. 산안법이 중대재해의 예방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단순, 명료한 기준을 제시하여 관련자들로 하여금 어떠한 의무를 지켜야 하는지 쉽게 숙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다.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경우는 어떠한가. 도급인, 원수급인, 하수급인의 담당자들이 줄줄이 관할 노동청과 수사기관에 소환된다. 노동청과 수사기관은 기업의 대표이사나 핵심 경영진까지 소환하려고 하기 십상이고, ‘대표이사나 핵심 경영진은 현장을 잘 모른다’며 그 소환을 막으려는 기업과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실인즉 중대재해로 인한 형사처벌 및 그 수사와 관련한 기업 경영진의 경각심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어, 형사처벌을 강화한다고 한들 재해예방 효과가 더욱 높아지리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실제로 2019년 1월부터 산안법의 개정으로 ‘이미’ 형사처벌의 수준이 대폭 강화되었지만, 이로써 지난 2년간 중대재해의 발생건수가 대폭 감소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에서 명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한다 한들 과연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업무상 제철소의 고로(高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는데, 기업에서 보내온 각종 안전관련 규정과 현장사진, 진술서 등 서류만으로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에 필자와 관련 기업 간에 현장을 직접 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작업현장은 고로에서 흘러내리는 쇳물과 슬러그, 거기서 발산되는 뜨거운 열과 매캐한 냄새, 분주하게 움직이는 포크레인과 호이스트 크레인, 그 사이에서 삽을 들고 오가는 근로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필자는 헬멧, 고글, 안전화 등 보호장구를 완비하여 착용하고 있었지만 숨이 턱 막히는 열기와 냄새에 20분을 채 버티지 못한 채 현장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하지만 작업현장을 직접 보고나니 그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었고, 작업자의 사소한 실수나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이 자칫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그리고 이러한 현장 상황을 기초로 하여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이처럼 중대재해의 예방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위험한 작업환경이나 공정(工程)의 개선에 있어야 하고, 이 점은 경영계와 노동계도 잘 인식하고 있다. 비록 입사 3개월에 불과한 하청업체의 비숙련 근로자에 불과하였지만, 김용균이 컨베이어벨트 부품의 점검과정이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상급자, 심지어 도급인의 경영진에게까지 과감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면, 그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그렇다면 산업현장에서 작업환경이나 공정의 위험성 개선이 여태 미비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계가 말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근본적인 원인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업환경이나 공정의 위험성 개선은 어느 일방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이는 도급인, 수급인, 경영진과 근로자, 감독관청 모두가 참여하여 원활히 소통하여야 해결되는 문제다. 더구나 작업환경 및 공정의 위험성 개선은 필연적으로 비용 상승을 동반하므로, 그 비용은 기업뿐만 아니라 노조도 분담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유연성이 떨어지는 노동시장 하에서 기업은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기 위하여 상당한 업무를 외주화할 수밖에 없고, 노조 역시 정규직 노조원의 고용 및 고임금 유지를 위하여 비정규직에 대한 외주화를 용인하고 있다(심지어 노조는 오히려 위험한 업무만 골라서 외주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노조는 겉으로는 중대재해 방지를 호소하는 듯하나, 실상 단체협상 과정에서 수십만 원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을 불사해도 작업환경 및 공정의 위험성 개선에 대해서는 선언적 요청에 그치는 등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즉 위험의 외주화 이면에는, 작업환경 개선 및 그 비용분담에 대한 기업과 노조의 외면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근본대책은 외면한 채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라는 책임전가식 입법을 통하여 근로자들의 불만을 돌리려는 ‘뜬금포’식 캠페인에 불과하다. 물론 기업들의 경우도 위 법안 도입에 대한 억울함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작업환경 및 공정의 위험성 개선에 대한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니가 거기서 나올 일은 아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입증책임과 비례성이라는 형사법원칙을 무시한 위헌적 법률이다.
중대재해 예방 및 처벌과 관련한 법적 규제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도 충분하다.
중대재해 예방은 사업주(도급인), 수급인, 감독관청, 경영자, 노조, 근로자들이 함께 작업환경 및 공정의 위험성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그 비용을 분담하여야 성공할 수 있지,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로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3호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노동자. 출처=경향신문)
2018. 12. 10. 입사 3개월차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이 석탄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죽었다.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 소속이었고 당시 야간근무 중이었다. 그의 업무는 사일로에 적재된 석탄을 발전설비로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 등 관련 설비의 정상 가동 여부를 살피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시설물을 순찰하며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석탄을 치우고, 탄가루 등으로 막힌 배수관을 뚫고, 각 설비의 부품 상태를 살핀 후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파트장에게 보고하여야 하였는데, 컨베이어벨트가 방향을 전환하는 곳에서 설비 안쪽으로 팔과 머리를 넣어 기계의 상태를 확인하던 중 사고를 당하였다.
위 사건 직후 정부와 국회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소위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위 개정법은 도금, 수은, 납, 카드뮴을 다루는 작업에 대하여는 도급을 금지시키고, 도급인(사업주)의 안전보건 책임을 위험구역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며, 안전의무 위반에 대한 법정형량을 높이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개정 산안법만으로는 위험작업의 외주화를 막기 어렵고 도급인의 책임도 여전히 가볍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산업재해 발생의 주요원인을 ‘위험작업의 외주화’로 보고 있다. 즉 기업이 지나친 이윤을 추구하다보니 원가절감 차원에서 위험작업을 외주화하여 산업재해 방지에 대한 관심을 멀리하였고, 이로 인하여 비숙련, 비정규직 근로자가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거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 하에 노동계는 도급이 제한되는 위험작업의 범위를 확대하여야 하고, 사업주에 대한 보다 강력한 형사처벌을 도입하여 산업재해 방지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유도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최근 여당 일부 의원들과 정의당은 사업주에 대하여 강화된 형사처벌을 담은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하려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주요 내용은 ① 형사처벌의 대상을 법인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 감독 공무원에게까지 확대하고, ② 안전관리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의 입증책임을 검사에서 법인과 경영책임자에게로 전환시키며, ③ 근로자 사망시 법인 및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징역형 또는 벌금의 법정형에 하한을 두어 관대한 형사처벌을 막고, ④ 3~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피의자에게 전환시킴으로써 근대형사법원칙을 파괴하고, 과실범에 대한 처벌수준을 고의범죄인 살인, 상해와 큰 차이가 없도록 하여 비례의 원칙에 반하며,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주의의무 규정을 두어 명확성 원칙을 어긴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위 문제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정작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을 강화한다고 하여 중대재해가 예방될지?’는 심히 의문이다.
김용균의 비극은 중대재해에 대한 기존 산안법의 행정규제 및 형사처벌이 약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다. 개정 전후의 산안법 법령을 한번 보시라. 법, 시행령, 시행규칙,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이르기까지 셀 수도 없이 많고 복잡한, 이중삼중의 규제들이 얼기설기 얽혀있어 전문가나 감독 공무원조차 이를 제대로 검토하고 파악하기 힘들 정도이다. 산업현장의 일선 경영자나 근로자들이랴 오죽하랴. 그래서 산안법의 많은 규정들은 예방적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난 이후에서야 사후약방문식으로 검토되는 반쪽짜리가 되어버렸다. 산안법이 중대재해의 예방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단순, 명료한 기준을 제시하여 관련자들로 하여금 어떠한 의무를 지켜야 하는지 쉽게 숙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다.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경우는 어떠한가. 도급인, 원수급인, 하수급인의 담당자들이 줄줄이 관할 노동청과 수사기관에 소환된다. 노동청과 수사기관은 기업의 대표이사나 핵심 경영진까지 소환하려고 하기 십상이고, ‘대표이사나 핵심 경영진은 현장을 잘 모른다’며 그 소환을 막으려는 기업과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실인즉 중대재해로 인한 형사처벌 및 그 수사와 관련한 기업 경영진의 경각심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어, 형사처벌을 강화한다고 한들 재해예방 효과가 더욱 높아지리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실제로 2019년 1월부터 산안법의 개정으로 ‘이미’ 형사처벌의 수준이 대폭 강화되었지만, 이로써 지난 2년간 중대재해의 발생건수가 대폭 감소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에서 명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한다 한들 과연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업무상 제철소의 고로(高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는데, 기업에서 보내온 각종 안전관련 규정과 현장사진, 진술서 등 서류만으로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에 필자와 관련 기업 간에 현장을 직접 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작업현장은 고로에서 흘러내리는 쇳물과 슬러그, 거기서 발산되는 뜨거운 열과 매캐한 냄새, 분주하게 움직이는 포크레인과 호이스트 크레인, 그 사이에서 삽을 들고 오가는 근로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필자는 헬멧, 고글, 안전화 등 보호장구를 완비하여 착용하고 있었지만 숨이 턱 막히는 열기와 냄새에 20분을 채 버티지 못한 채 현장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하지만 작업현장을 직접 보고나니 그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었고, 작업자의 사소한 실수나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이 자칫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그리고 이러한 현장 상황을 기초로 하여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이처럼 중대재해의 예방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위험한 작업환경이나 공정(工程)의 개선에 있어야 하고, 이 점은 경영계와 노동계도 잘 인식하고 있다. 비록 입사 3개월에 불과한 하청업체의 비숙련 근로자에 불과하였지만, 김용균이 컨베이어벨트 부품의 점검과정이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상급자, 심지어 도급인의 경영진에게까지 과감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면, 그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그렇다면 산업현장에서 작업환경이나 공정의 위험성 개선이 여태 미비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계가 말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근본적인 원인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업환경이나 공정의 위험성 개선은 어느 일방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이는 도급인, 수급인, 경영진과 근로자, 감독관청 모두가 참여하여 원활히 소통하여야 해결되는 문제다. 더구나 작업환경 및 공정의 위험성 개선은 필연적으로 비용 상승을 동반하므로, 그 비용은 기업뿐만 아니라 노조도 분담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유연성이 떨어지는 노동시장 하에서 기업은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기 위하여 상당한 업무를 외주화할 수밖에 없고, 노조 역시 정규직 노조원의 고용 및 고임금 유지를 위하여 비정규직에 대한 외주화를 용인하고 있다(심지어 노조는 오히려 위험한 업무만 골라서 외주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노조는 겉으로는 중대재해 방지를 호소하는 듯하나, 실상 단체협상 과정에서 수십만 원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을 불사해도 작업환경 및 공정의 위험성 개선에 대해서는 선언적 요청에 그치는 등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즉 위험의 외주화 이면에는, 작업환경 개선 및 그 비용분담에 대한 기업과 노조의 외면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근본대책은 외면한 채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라는 책임전가식 입법을 통하여 근로자들의 불만을 돌리려는 ‘뜬금포’식 캠페인에 불과하다. 물론 기업들의 경우도 위 법안 도입에 대한 억울함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작업환경 및 공정의 위험성 개선에 대한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니가 거기서 나올 일은 아니다.